세상사는 이야기

사이공式 처형의 진실

甘冥堂 2015. 1. 18. 12:19

사이공式 처형의 진실

한 장의 베트남전쟁 사진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쳤다.

 

 

118일 방송된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AP통신의 베트남 전쟁 사진 한 장에

대한 비밀이 전해졌다.
1960년 베트남 공산주의자들이 베트남의 통일과 미국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요구하며 벌인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에디 애덤스는 AP통신 종군기자로 베트남전쟁에 파견됐다.

이 과정에서 에디 애덤스는 무장한 베트남 군인이 민간인에게 총을 겨누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 장면을 찍어 보도했다.

해당 사진은 '사이공식 처형'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보도됐고 전쟁의 참혹상을 생생하게 담아낸 사진에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살해된 민간인은 전쟁이 낳은 희생양으로 인식되며 강한 동정여론이 들끓었다.

에디 애덤스는 그 해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종군기자가 됐다.

하지만 이 사진 속에는 놀라운 비밀이 담겨 있었다.

총을 든 남자는 구엔 곡 로안으로 베트남에서 존경받는 경찰청장이었고,

그의 앞에 서 있던 남자는 구엔 반 렘이라는 악명높은 암살부대 멤버였다.

그는 여자 34명을 강간한 뒤 붙잡혔던 것이었다.

에디 애덤스는 자신의 사진 '사이공식 처형' 때문에 진실이 왜곡되자 당황했고,

미국으로 돌아간 후 회사 측에 정정기사를 요청했다.

문제는 이미 사진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하게 일어났던 후라 AP통신 측은 진실을 묻어두기로 결정했다.

1975년 베트남 전쟁이 종결되자 사진 주인공 구엔 곡 로안은 남 베트남 패망과 동시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구엔 곡 로안은 버지니아 주에 정착해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려 했다.

하지만 악인으로 낙인찍힌 구엔 곡 로안에 사람들은 전범재판도 받지 않은 그를 추방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결국 미국 측 역시 구엔 곡 로안에 거주허가 취소 통보를 내렸다.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된 에디 애덤스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진실을 밝힐까도 고민했고,

구엔 곡 로안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지만 번번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후 구엔 곡 로안은 1998년 버지니아 주에서 은둔 생활을 하던 중 암으로 사망했다.

2001년 에디 애덤스 역시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이에 에디 애덤스는 직접 방송국에 연락해 다큐멘터리 방송을 제안, 진실을 공개했다.

(미디어 다음에서)

 

한 사람의 인생이 이미 파멸된 후에 진실이 밝혀진들 무슨 소용이 있나?

퓰리처상이라는 게 그렇게도 영광스런 상인지는 잘 모르겠으되, 사진작가의 용기없음과 비열함이 더 괘씸하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진실을 밝혀서 한 사람의 불행을 막았어야했다. 구차한 변명으로 모면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언론에 몸담고 있는 자의 직업윤리다.

 

구엔 곡 로안은 무려 24년간을 악인으로 낙인찍힌 체 은둔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 억울하고 안타까움을 무엇으로 어떻게 보상받으리.

 

그 기자는 당사자가 이미 죽은 후, 그리고 자신이 몹쓸 병에 걸린 후에야 그 진실을 밝혔다. 썩 당당하지 못하다.

죽어 하늘나라에 가서 구엔 곡 로안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겠지.

최고의 종군기자라는 자가 한 사람을 폐인을 만들어 버린 이 사진을 보면서 베트남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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