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누실에 누워

甘冥堂 2020. 9. 3. 11:20

人謂陋室 (인위루실) 남들은 누추해서
陋不可處 (누불가처) 살 수 없다 말하지만
我則視之 (아칙시지) 내가 보기에는
淸都玉府 (청도옥부) 청도(淸都)와 옥부(玉府)라네.
心安身便 (심안신편) 마음 편하고 몸 편하니
孰謂之陋 (숙위지루) 누가 누추하다 말하는가
吾所陋者 (오소루자) 내가 누추하다 여기는 것은
身名竝朽 (신명병후) 몸과 이름이 함께 썩는 것이네.


조선시대 허균의 누실명 한 구절이다.
집이 좁으면 좁은대로 살면된다.

한평 남짓 작은방.
늦잠을 자도, 밤새 뒤척여도 아무도 관심없다.

누실.
마음 편하고 몸 편하면 그만이지
누가 누추하다 하겠나?

이 방에 들어앉아 마음을 가라앉힌다.
모든 삶이 고통, 일체개고(一切皆苦)라는 가르침이 있다.
내 비록 불자는 아니지만, 또 감히 바라볼 수도 없는 경지이지만.
윤회없는 삶을 궁극의 목표로 삼고 싶다.

다음 生에 개나 소로 태어난다 하더라도
살아서는 주인이 주는대로 먹다가
죽어서 주인을 살찌우면,
그것으로 족하지 아니한가?


돌이켜본다.
제 자신은 돌아보지 않고 헛것에 눈이팔려
헉헉대며 뛰어온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그리 바빴던고?

이승철이 누구야?
한 시절을 풍미하던 가수도 모른다.

8~90년대 추억거리는 하나도 없다.
먹고 살려고 뛰어다닌 것만도 아닌데 말이다.
다만 철없던 20대.
그리고 한풀 시들은 시절의 추억만 있을 뿐이다.

누실에 누워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들을
거울에 비춰 회상한다.
그러나 아무 생각없는 거울은,

그 '거울은
혼자 웃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걸 알았다니,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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