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莫放酒杯乾 (인생막방주배건)
인생살이에 술잔을 마르게 그냥 두지 말라.
친구 둘이 술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서다가
소주 1병 마신 친구가 그만 정신을 잃고 폭삭 주저앉았다.
모두들 놀라 어쩔 줄을 몰라했다.
다음날, 이들은 하루 종일 일어나지도 못했다 한다.
"병원 가서 진찰 좀 받아야겠어."
쓰러진 친구가 말했다.
"병원 갈 생각 말고, 술이나 끊어!"
한 옛날 술 꽤나 마시던 친구들이 모두 이 모양이 되었다.
세월 앞에 장사 없고, 술 앞엔 더더욱 장사 없다.
가는 세월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깟 술이야 안 마시면 그만 아닌가?
과연 그런가?
얼마 전 나도 그와 같은 일을 겪었다.
앞으로 고꾸라져 엉망이 되어, 며칠을 나들이도 못했다.
그때의 참담함이란....
거기에 대고
술잔이 마르지 않게 하라니
이를 어찌 해석해야 하는가?
가을 국화 된서리를 맞아도 의연히 피여
선비의 기상을 품고 있다 해도
매란국죽 찬미를 말로만 할 수야 없지 않겠나?
이때 잔에 술이 차야 그 멋이 살아나듯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닌가 생각된다.
모두들 늙어 휘청대며 말 더듬고 귀 멀어질 때
그래도 아름다움을 논하고, 미인을 가까이하며
시 한 수 읊을 수 있는 친구들과 어울린다면
술잔에 당연히 술이 가득 부어져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한 잔 술에 쓰러져 정신줄 놓지 마라.
이쯤 되면 인생 종 치는 소리가
밀레의 만종 되어 메아리칠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