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題西林壁

甘冥堂 2022. 10. 3. 00:12


題西林壁 : 廬山의 절경에 취해 西林寺 壁에 題하다


橫看成嶺側成峰
(횡간성령측성봉)
옆에서 보면 고개, 곁에서 보면 산봉우리

遠近高低各不同
(원근고저각부동)
원근고저에 따라 모습이 제각각

不識廬山眞面目
(부지여산진면목)
여산의 참모습을 알지 못하는 것은

只緣身在此山中
(지연신재차산중)
바로 이 몸이 산속에 있기 때문.



제서림벽(題西林壁))시는 칠언절구(七言絶句)로 제목은 '서림사(西林寺) 담장에 부쳐'라는 뜻이다.

서림사는 장시성(江西省) 여산(廬山)에 있는 사찰 이름이다. 소동파는 여산을 유람하면서 모두 7수의 시를 지었는데, 이 시는 그 가운데 한 수이다.

고개같기도 하고 산봉우리 같기도 한 여산,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가 다르고, 높은 데서 볼 때와 낮은 데서 볼 때 그 모습이 제 각각인 여산을 빗대어 도(道)나 진리는 너무도 깊고 아득하여 그 참모습을 파악하기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송나라 때 성리학(性理學)의 영향으로 유행하였던 설리시(說理詩)의 전형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시는 인생의 철학적인 이치를 말하고 있지만, 시의 표현만으로 보면 여산에 대한 사실적인 느낌만을 서술하고 있는 것 같다.

산중에서 바라보고 있는 여산은 높고, 완만하고, 웅장하고, 수려한 등 하나하나가 진실이지만, 산을 통틀어 말하면 그것들은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며, 그래서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다.

즉, 어떤 구체적인 환경이나 사건 속에 몰입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또는 객관적으로 그것에 대한 참된 모습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편파적 또는 주관적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하므로 생활의 전체를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데, 그것은 시의 끝 구에서처럼 '몸이 산속에 있기 때문'이다.

소식의 사경(寫景), 이취(理趣)의 시가(詩歌)는 예술적인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연고로 소동파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드리고자 전문자료를 인용, 보다 자세하게 언급하였다.


중국 송나라 시대 시인이자 대 문호인 소식(蘇軾 1037~1101)은 자는 자첨(子瞻), 호는 동파거사(東坡居士) 즉 蘇東坡이다. 사천(四川) 미산(眉山) 사람으로, 아버지 순(洵), 아우 철(轍)과 함께 '3소(三蘇)'라고 불리며,, 모두 당·송8대가(唐宋八大家)에 속했다. 소식은 시, 사, 문, 음악, 서법 등에 깊은 조예가 있었고, 정치에도 높은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21세 때 진사가 되어 벼슬길에 들어섰으나, 북송 때의 격렬한 변법운동(變法運動) 및 신구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몇 차례 좌천당하는 등 정치적으로는 불운을 겪었다.

혁신 정치 세력에 밀려 항주(杭州), 밀주(密州 : 현 산동성(山東省) 제성(諸城)), 서주(徐州. 현 강소(江蘇), 호주(湖州 : 현 절강(浙江)) 등의 지방관을 주로 역임하였다. 휘종(徽宗)이 왕위를 이은 뒤에 귀양으로부터 풀려나 수도로 돌아가는 도중 상주(常州)에서 병사하였다.

저작으로는 동파전집(東坡全集), 동파악부(東坡樂府), 동파지림(東坡志林), 구지필기(仇池筆記), 애자잡설(艾子雜說) 등이 있다.

소식시집(蘇軾詩集)에 모두 2,712수가 실려 있으니 적지 않은 시작이다.

그는 시를 글처럼 썼다. 비록 정치적으로는 좌절당하여 주로 지방관을 역임하였으나, 당시의 여러 가지 경험들은 모두 시의 소재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재는 넓고 격조가 다채로웠다.

생활을 통하여 얻게 된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이해가 시에 잘 스며들어 있다. 흔히 송시는 '이기심성론(理氣心性論)' 및 "글로써 시를 삼는다(以文爲詩)"는 작법의 영향으로 서정적인 당시(唐詩)와는 다른 특징을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이(理)를 강조함으로써 메마르고 맛이 없고 개념화의 결점을 초래하기까지 했다. 왜냐하면, 시가에 있어서 형식적 사유의 특징을 소홀히 하고, 일반적인 문장의 사유 방법으로 시작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理)가 어떤 사물이나 경물에 이입되어 새로운 시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겉으로 취(趣)가 있게 되면, 독자들에게 미적인 만족감을 주게 되는 것은 물론 생동적인 이취(理趣)의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은 말할 나위 없다.

소동파의 시는 철리(哲理)를 말하고 있으나, 이장(理障)에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이취(理趣)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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