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127

호수에 석양이 깃들면

일산 호수공원에 단풍이 짙다. 호숫가를 거닐며 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데... 갈대인지 억새인지...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호수 위 수련 꽃님은 그녀와 함께 멀리 떠나고 석양만 거꾸로 비추네. 하이쿠 흉내를 내본다. 어설프다. 이 밤에 한잔 술이 없을 수 없다. 대패삼겹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낙엽진 골목길엔 인적도 드물다.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낙엽 아래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은! '아싸' 시인의 하이쿠를 한 구절 바꿨다.

슬픈 이태원의 유래

이태원의 이름은 한자만 3번 변했습니다. 조선 초에는 '오얏나무 李'를 써서 '李泰院' →임진왜란 이후에 '異胎院' →효종 이후에는 '梨泰院'으로 글자와 의미가 변합니다. 원래 이태원은 서울을 벗어나 처음 만나는 원(院)이었습니다. 서쪽의 홍제원. 동쪽의 보제원. 남쪽의 이태원과 인덕원은 서울 부근의 중요한 첫번째 원이었습니다. 이태원은 지금 용산고등학교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이태원의 역사를 살피다 보면 슬픈 이 땅의 역사가 떠오릅니다. 슬픈 역사하면 역시나 조선 시대의 '양대 칠푼이' 선조와 인조가 등장합니다. 아시다시피 임진왜란 때 고니시 유키나카(소서행장)와 가토 기요마사 (가등청정) 부대는 경쟁적으로 진격하여 가토 기요마사 부대는 남대문으로 유키나카부대는 동대문으로 입성 합니다. 그 결과 ..

子曰 事君 敬其事而後其食

................................................................................................................... 10월31일 305. 子曰 事君 敬其事而後其食 (자왈 사군 경기사이후기식)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임금을 섬길 때는, 먼저 맡은 직분을 경건히 수행하고 그 먹는 것(祿)은 뒤로 하여야 한다. (위령공 37) 後는 與後獲之後로 同이라 食은 祿也라 君子之仕也에 有官守者는 修其職하고 有言責者는 盡其忠이니 皆以敬吾之事而已오 不可先有求祿之心也라 후는 後得(소득을 뒤에 함)의 後자와 같다. 식은 녹봉이다. 군자가 벼슬함에 맡은 직책이 있는 자는 직책을 수행하고 言責(말할 책임)이 있는 자는 충언을 다해서 모두 ..

別無長物

별무장물(別無長物) – 필요한 물건 외에 남는 물건이 전혀 없다. 검소한 생활을 뜻한다. 재물은 얼마가 있으면 만족할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모든 불행은 여기서 나온다. 그래서 깨우치는 동서양의 금언도 많다. 현명한 자가 재물이 많으면 그 뜻을 잃고, 어리석은 자가 재물이 많으면 그 과오를 더한다고 했다. 재화는 오물과 같이 쌓여 있을 때에는 냄새를 피우고, 뿌려졌을 때엔 땅을 기름지게 한다고도 말했다. 이 세상에 올 때 빈손으로 왔듯이 갈 때도 빈손으로 가는 空手來空手去(공수래공수거) 인생이다. 불교 禪宗(선종) 惠能(혜능) 조사의 偈(게)에서 나왔다는 本來無一物(본래무일물)이란 말은 본래 아무 것도 없었으니 그대로 지키는 무소유의 경지를 비유했다. 이런 성어보다는 덜하지만 아주 필수적인, 몸에..

君子 貞而不諒

................................................................................................................... 10월30일 304. 君子 貞而不諒 (군자 정이불량) 군자는 굳고 바르나 소신을 맹목적으로 고집하지 않는다.(衛靈公 36) 貞은 正而固也라 諒은 則不擇是非而必於信이라 정(貞)은 올바르고 견고함이요, 양(諒)은 시비(是非)를 가리지 않고 신(信)에만 기필하는 것이다. 정(貞)은 겨울의 德에 해당하는 것이고 是非를 가리는 知에 해당한다. 겨울의 역할은 가을에 결실한 열매들 중에서 충실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가리는 것이다. 충실한 것은 이듬해 다시 싹이 틀 수 있도록 보존하지만, 충실하지 못한 것은 버..

문에 새그물을 치다

門可羅雀 문에 참새 그물을 칠 정도로 쓸쓸하다. (문 문, 옳을 가, 벌릴 라, 참새 작) 漢나라에 翟公(적공)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관리로 있을 때는 집안이 늘 빈객들로 넘쳤다. 후에 그가 파직되자, 그의 집 문전에는 순식간에 적막하게 되었다. 오래지 않아, 그가 원직에 복직 되자, 이전의 그러한 객인들이 또 모두 찾아왔다. 그가 결론지어 말했다: 한 번 죽고 한 번 삶에 사귐의 정을 알고 (一死一生 乃知交情) 한 번 가난하고 한 번 부유함에 사귐의 태도를 알며 (一貧一富 乃知交態) 한 번 귀하고 한 번 천함에 사귄 정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네 (一貴一賤 交情乃見). 조석(朝夕)으로 변하는 염량세태(炎凉世態)나 세상인심의 경박함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변함이 없다.

子曰 當仁 不讓於師

................................................................................................................... 10월29일 303. 子曰 當仁 不讓於師 (자왈 당인 불양어사)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셨다. “인(仁)을 당하여서는 스승에게도 사양하지 않는다.” (衛靈公 35) 當仁은 以仁爲己任也라 雖師나 亦無所遜이니 言當勇往而必爲也라 蓋仁者 人所自有而自爲之요 非有爭也니 何遜之有리오 당인(當仁)이란 인(仁)으로써 자기의 책임을 삼는 것이다. 비록 스승이라도 또한 양보하는 바가 없다는 것은 마땅히 용맹스럽게 가서 반드시 해야 함을 말씀하신 것이다. 인(仁)이란 사람이 스스로 소유하고 있어서 스스로 하는 것이요 다툼이..

風憐心

풍연심(風憐心) 풍연심이란 말이 있다. “바람은 마음을 부러워한다”는 뜻이다. 옛날 전설의 동물 중에 발이 하나밖에 없는 기(夔)라는 동물이 있었다. 이 기(夔)라는 동물은 발이 하나밖에 없기에 발이 100여개나 되는 지네(蚿)를 몹시도 부러워 했다. 그 지네에게도 가장 부러워하는 동물이 있었는데, 바로 발이 없는 뱀(蛇)이었다. 발이 없어도 잘 가는 뱀이 부러웠던 것이다. 이런 뱀도 움직이지 않고도 멀리 갈 수 있는 바람(風)을 부러워 했다. 그냥 가고 싶은 대로 어디론지 싱싱 불어 가는 바람이기에 말이다. 바람에게도 부러워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가만히 있어도 어디든 가는 눈(目)을 부러워했다. 눈에게도 부러워하는 것이 있었는데,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마음(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