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호수공원에 단풍이 짙다. 호숫가를 거닐며 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데... 갈대인지 억새인지...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호수 위 수련 꽃님은 그녀와 함께 멀리 떠나고 석양만 거꾸로 비추네. 하이쿠 흉내를 내본다. 어설프다. 이 밤에 한잔 술이 없을 수 없다. 대패삼겹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낙엽진 골목길엔 인적도 드물다.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낙엽 아래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은! '아싸' 시인의 하이쿠를 한 구절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