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며
두 나라 모두와 잘 지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조 바이든 미 정부는 반중(反中) 동맹 규합에 나서고 있고,
중국은 그럴 경우 후환(後患)이 따를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세상 모두 ‘어느 편에 서야 하나(選邊站)’ 문제로 고민하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은 나라는 있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새로운 패자(覇者)로 등극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영국의 마틴 자크가 펴낸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When China Rules the World)』이 바로 그것이다.
그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펼쳐질 17가지 변화를 예언했다.
첫 번째로 “중국 중심의 세계사가 등장해
중국 역사가 세계 모든 사람에게 익숙한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변화는 “세계의 수도가 뉴욕에서 베이징으로 천도하며
앞으로 세계는 베이징의 시각에 시계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화는 국가 간의 관계와 관련된 것으로,
중국이 우월하며 중국의 규모가 크다는 걸 세계 모든 나라가 인정하는
새로운 형태의 조공(朝貢)제도가 돌아올 것이라고 자크는 봤다.
그는 또 서구의 대안으로 등장하게 될 중국식 정치와 관련해
“국가가 중심이 되지만 시민사회는 덜 중시되며
권위주의적 유교 전통에 의한 통치가 선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이 리더가 된 이후의 중국은
속 좁은 ‘애국주의(愛國主義)’에 기반을 둔 여러 거친 행태를 보여주며
세상 사람들이 중국 주도의 미래상에 우려를 갖게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선 우리와 관련된 것만 몇 가지 살펴보자.
먼저 역사부터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중국에선 지난달 30일 개봉한 한국전쟁 소재의 영화 ‘장진호’가 인기다.
한데 이 한국전쟁을 중국인권위원회는 미국의 침략 전쟁으로 규정한다.
북한남침 사실은 쏙 빼고 있다.
중국에선 또 윤동주가 중국 조선족으로 표기되고,
김치도 ‘중국 음식’으로 선전되는 판이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흔들릴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당국자는 “소국은 대국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21세기판 조공제도’가 도래할 게 뻔하다.
중국식 권위주의에 의한 사회 지배 역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중국은 기술을 인류의 발전을 위해 쓴다기보다
사회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디지털 레닌주의’가 그것이다.
개인의 자유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가로 부상하게 되면 펼쳐질
이런 미래상에 대한 전망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유상철중국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