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국화를 노래하다

甘冥堂 2021. 10. 15. 20:03

오상고절(傲霜孤節)

서리가 내리는 시기, 추수 마무리, 단풍 절정기,
국화가 활짝피는 상강(霜降,10/23)이다.
상강은 입동(11월 7일) 전 절기다.
서리는 이슬이 얼어서 생긴 얼음 결정으로
겨울을 알리는 신호다.

이 시기에 가장 많이 등장 되는 꽃은 국화다.
그 원산지는 중국이다.

굴원(屈原)은 <초사(楚辭)>에서
"아침에는 목란(木蘭)의 이슬을 마시고
저녁엔 가을 국화의 꽃을 씹는다"고 하였다.

우리나라 국화 재배의 기원은 고려 충숙왕 때 원나라에서 도입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양화소록》


늦가을 서리가 내리는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꽃봉오리를 피워
심한 서릿발 속에서도 외로이 절개를 지키는 국화를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했다.

마치 혼탁함 속에서도 청정함을 지키듯
절개와 품격을 지닌 선비에 비유할 만큼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가 깊은 꽃이다.

하나의 꽃대에 하나의 꽃을 피우는 국화는
은은한 향기와 함께 영원함을 상징한다.


늦가을로 들어가는 계절에 가장 많이 읊는 시 중에
조선 중기 대표적인 문학시인 고의후(高義厚)의 영국(詠鞠:국화를 노래함)]이 있다.


詠鞠 / 高義厚

有花無酒可堪嗟 (유화무주가감차)
꽃은 있고 술이 없으면 한스럽고

有酒無人亦奈何 (유주무인역내하)
술은 있고 벗이 없으면 이 또한 어쩔거나

世事悠悠不須問 (세사유유불수문)
세상사 유유한데 따져 뭐하랴

看花對酒一長歌 (간화대주일장가)
꽃보며 술잔들고 노래나 한 곡조 부르세


예로부터 시를 통하여 많은 권주가(勸酒歌)가 내려오고 있지만
상강-입동 전 술꾼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읊어지는 시가 詠鞠(영국)이다.

술, 친구, 안주. 세 가지만 갖추고
영국(詠鞠) 낭송을 듣는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국화 향기 맡으면
의기소침(意氣銷沈)해 있다가도
술 마시고 싶은 욕망이 절로 생기면서
삶의 아름다움과 청춘의 기운이 샘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