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어떤 서글픔

甘冥堂 2021. 10. 28. 20:45



아주 오래된
어려서부터 손발에 흙을 묻히던
그곳
조그만 농막을 짓고
무우 배추를 심던

어머니의 가슴 같은 곳
이제 떠나야하네.

손때 묻은 집기 잡동사니가
농막 밖에 함부로 던져진 걸
행여 이슬에 젖을까
비닐을 덮으며, 아

깊은 가을
서늘해지네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어느 곳에
정을 붙여야 하나.

돌아서는 발걸음
흐트러지네.



논밭집은 인연이 닿아야 내 것이 된다는데
물려받은 이 땅 緣이 다해 수용돼 버려
이미 내 힘 밖을 벗어났으니 도리가 없네.

봄 열무 여름 고추 가을엔 김장배추
사시사철 푸성귀로 식탁이 푸르렀는데
이제는 어디 가서 그런 사치를 누릴까

손때 묻은 농기구 간수 빠진 소금가마
함부로 흩어져 마음을 어지럽히는데
아서라 아껴 무엇하랴 필요한 이 쓰겠지

수용 당해 잃은 것은 새로운 기회일 거야
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게와 이별하고
이로 인해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