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욕설의 미학

甘冥堂 2021. 10. 30. 20:38
홍조 - 이시영

내산 형수의 욕은 온 동네가 알아주는 욕이었다.
아침부터 새 샘가에서 쌀을 일다 말고
“저 자라처럼 목이 잘쑥한 위인이
밤새도록 작은마누래 밑구녕을
게 새끼 구럭 드나들듯 들어갔다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해쌓더니만
새복에 글씨 부엌이서 코피를 한사발이나 쏟고는
지금 비틀배틀 배틀재로넘어가는구만“ 하고는
돌아서서 코를 팽 풀다가 어린 나를 발견하고는

“아따 데름 오래간만이요 잉” 하며
잔주름이 접히는 상큼한 눈웃음을 웃으면

내 얼굴은 그만 홍조로 붉게 달아오르는 것이었다.



내산 형수의 욕은 순수하기 이를 데 없다.
격이 다른 애정이다.

바람둥이 자기 남편에 대한
당연한 푸념일 뿐이다.


세상은 점점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요금 회자되는 어느 유명 인사의
형수에 대한 욕설은
사람이 하는 욕이 아니라
단테 신곡의 지옥에서나 나올 법한
악마의 저주다.

차마 글로써 옮길 수 없는,
인간의 입에서는 나올 수 없는..,

이런 자가 설치다니
참으로
부끄러운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