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許蘭雪軒 시

甘冥堂 2022. 1. 26. 10:54
感遇(감우)/許蘭雪軒(허난설헌)

盈盈窓下蘭 (영영창하란) 하늘 거리듯 창가의 난초
枝葉何芬芳 (지엽하분방) 가지와 잎 그리도 향기롭더니

西風一被拂 (서풍일피불) 가을 바람 잎새에 한번 스치고 가자
零落悲秋霜 (영락비추상) 슬프게도 찬 서리에 다 시들었네

秀色縱凋悴 (수색종조췌) 빼어난 그 모습은 이울어져도
淸香終不死 (청향종불사) 맑은 향기만은 끝내 죽지 않아

感物傷我心 (감물상아심) 그 모습 보면서 내 마음이 아파져
涕淚沾衣袂 (최루첨의몌) 눈물이 흘러 옷 소매를 적시네.



이렇게 품격있는 시가 있는 반면
직설적으로 표현한 시도 있다.

가위 (剪刀/전도)
/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

有意雙腰合 (유의쌍요합) 뜻이 맞아 두 허리를 맞대고 나서
多情兩脚擧 (다정양각거) 다정스레 두 다리를 쳐들고서는
動搖於我在 (동요어아재) "이리저리 흔든 거야 제 몫이지만
深淺任君裁(栽) (심천임군재) 깊게 얕게 마름질(심는 것)은 임께 맡겨요."


'가위'라는 영물시.
외설과 풍자 사이의 절묘함.
'마름질할 재(裁)'와 '심을 재(栽)' 사이의 뜻과 음의 줄타기. 표현의 절묘함.

상당한 과감하고 인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