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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갠지스강이 천국인가

甘冥堂 2022. 1. 30. 14:39

인도에 어디가 제일 좋으냐?”

사람들은 한결같이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시장통처럼 어수선한 길을 헤치고 갠지스 강으로 갔다.

 

강가에서는 꽤 큰 규모의 종교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마에 붉은 점을 찍은 힌두교인들이 많았다.

불빛이 반짝이고 음악이 울려 퍼졌다. 매우 이국적인 분위기였다.

 

 

힌두교인들은 하늘에 있던 갠지스 강이

시바 신(힌두교의 신)의 몸을 타고 땅으로 흘러내렸다고 믿는다.

그래서 죽은 뒤에 이 강에 뿌려지길 바란다.

갠지스 강이 신의 나라로 흐른다고 철석같이 믿기 때문이다.

 

힌두교 신자였던 인도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의 유해도

화장한 뒤 갠지스 강에 뿌려졌다.

실제로 갠지스 강 주변의 강들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데,

갠지스 강만 반대 방향으로 흐른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내렸다. 배는 좀 더 상류로 올라갔다.

사람들이 강가에 불을 피우고 뭔가를 태우고 있었다.

그쪽으로 배를 대고 내려서 보니 화장터였다.

말이 화장터이지, 아무런 건물도 없고 아무런 칸막이도 없었다.

그냥 강가에서 장작을 얼기설기 쌓아두고 시신을 태우고 있었다.

관도 없었다. 시신을 그저 얇은 천으로만 동여맸을 뿐이었다.

그 와중에도 들것에 실린 시신 몇 구가 강가로 옮겨지고 있었다.

 

 

불과 3m 앞이었다. 그토록 신랄한 화장 광경은 본 적이 없었다.

투둑투둑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뚝뚝 떨어지고 연기가 피어올랐다.

적나라한 광경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그 순간 커다란 망치로 뒤통수를 !’ 하고 맞는 느낌이 들었다.

저게 바로 나구나!’ 싶었다.

인생은 순간이구나. 잠시 후면 내가 저 위에 눕겠구나.

장작 위에서 타고 있는 저 몸이 바로 나구나!’

 

 

한 가지 생각만 들었다

인간의 삶이란 정말 순간이구나. 그럼 뭘 해야 하지?’

잠시 후 답이 떠올랐다.

내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바쁘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뤘던 것. 그걸 하자.

언제? 지금 당장!’

 

그러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어째서 갠지스를 특별하다고 하는지 말이다.

 

(중앙일보 및 본 블로그 2014.7.31 인도로 가는길-바라나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