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미니멀라이프의 한계

甘冥堂 2022. 4. 2. 10:37
작년 가을.
소유하고 있던 물건을 치우기 시작했다.
오랜 세월 내곁에 있었던 낡은 책들을 지자체 도서관에 기증했다.

그 아쉬움이 걷히기도 전에 농장에 있던 모든 것들도 치워버렸다.
책은 물론, 오디오 기기, 주방살림도구, 농기구, 기타 피리 등 악기. 담근 술 등.
트럭으로 몇번 실어나를 만큼의 물건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며칠 동안 잠을 못이룰 정도의 아쉬움이 있었다.
미니멀라이프.
이런 단어가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요즘 '나혼산'을 하면서
TV. 컴퓨터, 와이파이 등을 새로 구입했다.
맨몸으로 시작하는 '혼자 살기'.
생각 외로 필요한 게 많다.
냉장고, 전기밥솥, 그릇, 의자는 먼저 살던 농막에서 주워왔다.
버리려고 내놨던 물건들인데 아무도 안 가져가는 것들이다.
생각보다는 쓸만하다.

미니멀 라이프.
무조건 버리는게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아 맨날 등산복을 걸치고다닌다.
"남의 큰일에 입고 갈 양복이라도 한 벌 장만하라"
마누라에게 핀잔을 듣지만 들은 척도 않는다.
"거적을 걸치고도 고관대작들과 당당하게 어울리는 자"라고
공자님으로부터 인정받은 '자로'를 둘러댄다.

3~4년 된 운동화를 일년 365일 신고 다니며,
농삿일, 등산, 세멘트일 등 막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다 낡은 운동화.
"누가 내 발만 쳐다보나?"

한동안 나 자신을 위한 물건은 사지 않았다,
노쇼핑.
절약이 아니라 주접이다.

미니멀라이프를 실행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나는 왜 물건을 줄이고 절약하고 단순하게 살고 싶어졌나?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그렇게 살면 행복해 지나?
오히려 강박증에 무기력해지고 삶이 고단하게 느껴지지는 않겠나?
뭘 위해 비우는가? 솔직히 모르겠다.

요즘
'나혼산'과 함께 '천일산'을 실행 중이다.
천만 원으로 일 년 살기.
시작한지 15일도 안 되어 325만원을 썼다.
그 목표가 과연 이루어 질까?

이 생활을 하면서
세상에서 제일 흔한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물, 계란, 쌀이다.
이것만 있으면 '테스 형'은 될지언정
'살찐 돼지'는 되지 않는다.


액체와 그 증기의 상태가 같아지기 시작하는 일단의 조건을 임계점이라 한다면
지금의 이 상황이 '테스형'과 '살찐 돼지'의 임계점은 아닐런지?

아. 모르겠소, 테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