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동의학

接而不漏

甘冥堂 2022. 5. 4. 12:05

최근 영국 공중파 방송 BBC 채널5에서 방영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21세기 여성의 성 가이드'라는 프로그램에서는

남성의 사정과 오르가슴이 분리될 수 있다는 것과

사정을 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교감을 나누는 동양의 접이불루

(接而不漏: 성교는 하되 사정하지 않을 수 있는 단계),

혹은 인도의 탄트라 섹스를 수련할 수 있다면

남녀 모두 서로에게 가장 이상적인 성적 교감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방송이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내용에서 일부 서양 성 의학자들처럼

'접이불루는 전립선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일방적 주장과는 다르다는 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당연히 서양이 앞선다고 생각하는 성 의학이라는 분야에서

새삼 그들이 동양의 성을 배우고자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살펴보면 의문은 해결된다.

 

수천 년 전부터 동양의 성 의학은 인간의 궁극적 깨달음의 도구로 활용될 만큼

깊은 경지까지 앞서 연구, 실천 되었었다는 사실이 많은 문헌을 통해서도 확인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왜곡이나 편견 없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편견에 사장 될 뻔한

인류의 소중한 지혜를 다시 발굴하는 셈이 된다.

 

동양의 성의학은 이제 편견 없이 바로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성 의학자 미트라 한의원의 이재형 원장에게 접이불루에 대한 일방적 오해와

접이불루의 올바른 실천법, 그리고 실천이 잘못된 경우 어떤 부작용이 있는가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고자 한다.

 

접이불루에 대한 오해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진 접이불루에 대한 오해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가 정액을 가끔씩 배출해주지 않으면 고여서 썩든지 울체되어 해로울 것 같다는 걱정이다.

그러나 생리학적 진실은 다르다.

정액은 우리 몸에 있으면 고여서 썩는 것이 아니라 신체로 재흡수 된다.

거기에 더 나아가 '동의보감'등의 한의학에서는 정액(精液)의 정수(精髓) 에너지는

우리 몸에 재흡수 되어 오장육부의 영양을 자양해주고 기능을 키워주는 근원적 힘으로 작용한다고 전한다.

따라서 정액은 생식호르몬으로도, 또 일반 호르몬으로도 전용이 되는,

비유하자면 마치 '줄기세포' 같은 근원적 에너지인 것이다.

 

다음으로는 정기적으로 사정하지 않으면 전립선에 염증이나 비대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 흔하다.

이 부분은 일부 맞는 말로, 접이불루를 호흡과 의식 조절로 자연스럽게 진행하지 못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성급하게 일반화의 오류에 빠질 필요는 없다.

전립선 염증이 없고 비대가 심하지 않은 사람이 정확한 원리에 의해 호흡과 의식조절을 겸하여

접이불루를 시행하게 되면 전립선은 오히려 건강해지고 전립선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접이불루가 모든 경우에 해롭다면 수천 년 간 역사와 함께 전해내려 온

도가의 성 도인술과 인도의 탄트라 수행,

한의학에서 말하고 있는 방중술의 방법론을 따라 성생활을 했던 모든 사람들이

전립선 환자로 고생했을 터이다.

그런 방법이 어떻게 수 십 세기나 되는 긴 세월을 전수되며 내려올 수 있었겠는가?

결국 접이불루의 원리만 올바르게 시행한다면 몸과 마음이 더욱 건강해진다는 것은

이미 현대의 임상에서도 충분히 확인 할 수 있다.

 

접이불루의 주요 실천원리

 

접이불루의 핵심은

첫째로 ‘PC근육이라 불리는 회음(會陰)’부위의 탄력이다.

이곳을 긴장으로 꽉 쥐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긴장-이완-긴장-이완 이런 식으로 호흡의

리듬을 맞추어 반복해야만 부작용이 없고 효과 역시 크다.

 

둘째, 목과 어깨의 긴장을 풀기 위한 운동과 움직임도 중요하다.

교감신경의 항진으로 목과 어깨의 긴장이 높아질수록 발기나 사정조절능력을 좌우하는

부교감신경은 저하되기 때문이다.

 

셋째로는 단전호흡이라고도 불리는 조식(調息)’호흡이다. 들숨과 날숨을 일정하게 하는

호흡은 사정 조절에 필수라 할 수 있는 의식조절의 핵심이기 때문.

 

마지막은 지식(止息)’이라는 호흡 조절로,

들숨 끝에 숨을 잠깐 멈추고, 날숨 끝에 숨을 잠깐 멈추는 것을 순리에 맞추어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가능하면 멀티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높은 경지까지 이를 수 있지만 주의할 것은

억지로 호흡을 멈추다가는 간혹 기혈이 상기(上氣)돼서 부작용이 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단 조식(調息)의 방법대로 들숨 날숨에 의식을 집중하고 단전호흡을 오래하다 보면

결국 들숨과 날숨 끝에 멈추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다.

일단 이 '지식'이 가능해지면 확실하고 안전하게 접이불루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接而不漏 양생법도 지루(遲漏)와 비교하면 별거 아닌 것이 된다.

遲漏는 사정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본인의 의사보다 과도하게 늦는 것을 말한다.

"접하되 사정하지 않는다."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접하되 사정하지 못한다."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다.

'않는다''못한다'는 의지와 능력의 문제라 할 수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이는 아는 사람만 아는 한 서린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차라리 接而遲漏(접이지루)라 하면 그럴듯할 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