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꽃아 미안해

甘冥堂 2022. 12. 26. 10:26

 

국화야
한겨울 베란다에 버려져
그렇게 시들었구나

너를 들판에서 캐 오면서
화분에 옮겨 심으며
傲霜孤節(오상고절) 굿굿한
군자의 모습을 그렸더니

찬바람 불어
다른 화초 양지바른 곳으로 옮길 때
너 혼자 버려졌었지.
어차피 한겨울에는 지고 말
꽃이라고...

미안해
그동안 돌봄를 아끼지 않았는데
세상 인심 朝夕變(조석변)하여
관심밖으로 미뤄놓았네

그렇더라도 국화야
너로 인해 사군자도 그려보며
묵화에 재미를 붙였구나

아,
지는 해를 어쩌랴
올해는 끝났어도
내년에 다시 볼 수 있겠지?

미안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