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科後
《登科後》 급제하고 나니
昔日齷齪不足誇 (석일악착부족과) 지난 날 죽어라 해도 자랑거리 없더니
今朝放蕩思無涯 (금조방탕사무애) 이 아침 급제하니 미치고 날듯해
春風得意馬蹄疾 (춘풍득의마제질) 소식 전하려 말발굽도 바빠라
一日看盡長安花 (일일간진장안화) 이 하루 장안의 꽃은 모두 내차지!
★796年(唐贞元十二年) 孟郊 46세에 비로소 과거(進士시험)에 급제했으니그 기쁨 오죽했으랴!
중국 中唐期(중당기) 시인으로 유명한 孟郊(맹교, 751~814)는
韓愈(한유)와 가깝게 지내며 復古主義(복고주의)에 동조한 작품을 많이 썼다.
가정적으로 불우하여 청년 시절 청렴한 생활을 하면서 벼슬에는 전혀 뜻이 없이 시작에만 열중했다.
어머니의 권고에 못 이겨 41세가 되던 해 과거에 응시했지만 보기 좋게 낙방하고
주변에서 온갖 냉대를 다 받았다.
두 번째 도전에서도 낙방하고선 ‘두 번이나 서울 땅을 밟고서도 또 떨어져,
헛되이 눈물 머금고 꽃만 바라보네
(兩度長安陌 空將淚見花/ 양도장안맥 공장루견화)’라며 피눈물을 흘렸다. (陌은 길 맥)
再下第(재하제)
또 과거에 떨어지고
一夕九起嗟(일석구기차) 밤사이 수 없이 한숨 지으며
夢短不到家 (몽단부도가) 꿈에서도 집에 가지 못했다네
兩度長安陌(양도장안맥) 두번이나 장안 땅을 밟고서도
空將淚見花(공장루견화) 헛된 눈물로 꽃을 바라볼 줄이야.
*孟郊는 첫 번째 과거에 낙방한 후 이런 글을 남겼다.
誰言春物榮 (수언춘물영) 뉘라서 꽃피는 봄 영화롭기만 하다는가
獨見花上霜 (독견화상상) 꽃 위에 찬 서리 나만 보네.
그러다 46세 때에 겨우 급제하여 진사가 되었는데 세상인심이 급변했음을 실감했다.
맹교가 어느 술좌석에서 또 꽃을 등장시켜 각박한 민심을 풍자했다.
‘登科後(등과후)’란 시의 부분을 보자.
春風得意馬蹄疾 (춘풍득의마제질)
一日看盡長安花 (일일간진장안화)
‘봄바람에 뜻을 얻어 세차게 말을 모니,
하루 만에 장안의 꽃을 다 보았네.
말을 타고 달리며 장안의 꽃을 다 구경했다는 것은
하루 만에 좋은 것을 모두 맛보았다는 은유로
이전 낙방했을 때와 천양지차를 실감했다는 표현이다.
앞부분의 春風得意(춘풍득의)란 말도 벼슬을 얻게 된 기쁨을 표현하는 성어가 됐다.
한편
주마간화(走馬看花) – 말을 타고 달리며 꽃을 구경하다, 대충 보고 지나가다.
온갖 생물이 흐드러진 萬化方暢(만화방창) 따뜻한 봄날에
느긋이 말 등에 올라타고 산천경개 구경한다고 하면 무엇이 느껴질까.
신선이 따로 없이 좋은 팔자라고 모두들 부러워할 것이다.
하지만 말을 타고 달리며(走馬) 꽃구경을 한다(看花)면 아름다운 꽃을 제대로 감상할 수는 없다.
흔히 走馬看山(주마간산)으로 잘 알려진 이 성어는 ‘수박 겉핥기’란 속담과 같이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 대충대충 훑고 지나간다는 뜻으로 굳어졌다.
처음 꽃으로 사용될 때는 일이 뜻대로 되어 마음이 즐겁다는 뜻이었는데 의미하는 바가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