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마지막 잎새

甘冥堂 2023. 12. 30. 11:50

미국작가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는 단순한 스토리를 통해 깊은 메시지를 주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뉴욕 그리니치 아파트에 사는 무명의 여류화가 존시가 심한 폐렴에 걸려 사경을 헤메게 되는데,
그녀는 친구의 격려와 위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창문너머의 맞은편 담벼락에 붙어있는 담쟁이 넝쿨의 잎이 다 떨어지면
자신의 생명도 끝난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힌다.

그런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절한 무명의 노화가가 벽에 나뭇잎 하나를 그려놓아
심한 비바람에도 이 나뭇잎이 떨어지지 않아 존시에게 삶의 희망을 갖게 해 준다는 이야기이다.

한달이 지날 때마다 한 장씩 뜯어낸 달력이 12월이 되니 덩그러니 한장만 남게 되니까 어쩐지 이 ‘마지막 잎새’와 같은 감성을 준다.

어찌도 세월은 이처럼 빨리 흘러 갔는지 벌써 1년이 지나갔다.

'마지막 잎새’와 ‘12월의 달력’이 갖는 의미는 2가지가 있다.

첫째는 '마지막'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하나 뿐’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잎새’는 떨어져도 또 잎새가 있고,
'달력의 12월'이 지나도 또 금년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그 의미를 크게 부여할 아무런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우리는 아쉽고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정든 고향과 직장을 마지막으로 떠난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 이별을 할 때 슬프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하물며 죽음으로 이 세상을 떠나는 심정은 살아있는 사람으로서는 가히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상태일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이런 마지막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기 마련, 새 해가 되어 1월이 시작되었기에 마지막 달인 12월이 있다.

우리의 인생은 고비 고비마다 시작과 마지막을 수없이 반복했고 겪었으며,
그리고 인생 자체도 마지막을 맞게 될 것이다.

어린시절과 학창시절, 그리고 직장생활을 통해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헤어졌다.
젊은시절에는 생명을 다 바쳤을 정도로 사랑했던 연인과,
고운정 미운정 다 들었던 부모도 세월따라 이별을 하게 되면 기억조차 희미하게 사라지는 존재가 된다.

그리하여 한 사람의 생을 마감하는 장례식에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를 전송하게 되는데,
이것이 한 인생의 결산이라 할 수 있다.

‘유종의 미’라는 말이 있듯이 무슨 일이든지 마지막이 잘 마무리 되어야 한다.
마치 도공이 정성을 들여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들었다가 마지막에 손길 한번 잘못 놀리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되듯이
사람도 만나고 헤어지는 반복속에서 마지막에 좋은 사람을 만나 생을 마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도 중요하다.

'마지막’이라는 의미와 함께 ‘하나뿐’이라는 ‘마지막 잎새’의 메시지도 아주 의미심장하다.

세상에도 무엇이든 많이 있으면 귀중하지 않다. ‘희소가치’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오래된 국보급 보물골동품의 품질과 예술성이 아무리 뛰어나도
어디에나 다 있고 누구나 가지고 있다면 결코 귀중한 존재가 되지 못한다.
희소가치 중에서도 그 자체로 귀하면서도 하나 밖에 없다면 그야말로 귀중할 수 밖에 없다.
그야말로 우리의 생명이 여럿이라면 그 생명이 그렇게 귀중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한번 죽으면 다시는 살아날 수 없는 생명이기에 살아있는 생명이 존엄하고 귀중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세월이 ‘마지막’이고 ‘하나뿐’인 시간일진대,
마지막 잎새처럼 운명과 희망을 걸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