甘冥堂 2024. 1. 9. 17:21

여행은 얼마나 '좋은 곳'을 갔는가가 아니라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고 얼마나 자주 그 장소에 가슴을 갖다 대었는가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 봐야 하며, 그것에는 시간이 걸린다.

세상의 모든 장소들은 사리와 숄로 얼굴을 가린 여인과 같다.
낯선자가 다가오면 더 가릴 것이다. 그리고 그 색색의 천 뒤에서 검은 눈으로 쳐다볼 것이다.

세상에는 시간을 쏟아 사랑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가고, 또 가고, 또다시 가라. 그러면 장소가 비로소 속살을 보여 줄 것이다.
짐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일정은 계획한 것보다 더 오래 잡으라.

인생은 관광tour이 아니라 여행travel이다.
그리고 여행은 고난travail과 어원이 같다.

장소뿐만 아니라 삶도 쉽게 속살을 보여주지  않는다. 우리가 삶을 사랑하면 삶 역시 우리에게 사랑을 돌려준다.
사랑하면 비로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류시화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