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雪泥鴻爪

甘冥堂 2025. 2. 2. 06:23

설니홍조(雪泥鴻爪)
눈 흙탕 위의 기러기 발자국이라는 뜻으로,

눈이 내린 흙탕 위의 기러기 발자국이
시간이 지나 눈이 녹으면 자취도 없이 사라지듯이
인생이 무상하고 아무 자취가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雪 : 눈 설 泥 : 진흙 니 鴻 : 기러기 홍
爪 : 손톱 조)

진창 위에 남긴 발톱 자국이라는 뜻으로,
얼마 안 가서 그 자국이 지워지고
또 기러기가 날아간 방향을 알 수 없다는 데서
흔적이 남지 않거나 간 곳을 모른다는 말이다.

특히 인생의 덧없음이나
희미한 옛 추억 등을 이르는 말이다.

인생이 길다고 한 말은 어디에서나
들은 적이 없을 것이다.

인생은 행복한 자에게는 너무나 짧고,
불행한 자에게는 너무나 길다고 한
영국 격언만 제외하고 말이다.

생활이 지겹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고,
형편이 나아진 이후로는 길다고 여기지 않는다.

이렇게 짧은 인생을 덧없다고 여기고,
욕심껏 이룬 부귀와 영화도 부질없다고
깨우치는 성어는 셀 수 없이 많다.

인생이 풀끝에 맺힌 이슬처럼 덧없고
허무하다는
속담 풀끝의 이슬과 똑 같은 것이
인생여조로(人生如朝露)이다.

바람에 깜박이는 등불과 같다는
인생여풍등(人生如風燈)도 같은 뜻이다.

여기에 눈이나 진흙 위(雪泥)에 난
기러기의 발자국(鴻爪)이란 멋진 표현도
인생의 자취가 눈이 녹으면 사라지는 무상을 나타냈다.

중국 북송(北宋)의 문호 소식(蘇軾)의 시(詩)에서 나왔다.
동파(東坡)란 호(號)로 더 잘 알려진 소식은
부친 소순(蘇洵)과 아우 소철(蘇轍)과
함께 삼소(三蘇)로 불렸다.

서정적인 것이 많은 당시(唐詩)에 비해
철학적인 요소가 짙은 시(詩)가 많다는 평을 듣는다.

소식이 동생 소철에게 보낸 시(詩)
화자유면지회구(和子由澠池懷舊)에
성어 구절이 들어 있다.

자유(子由)는 소철의 자(字),
면지(澠池)는 하남성(河南省)에 있는
지명(地名)이다.

人生到處知何似 應似飛鴻踏雪泥.
(인생도처지하사 응사비홍답설니)

인생은 여기저기 떠도는 것 무엇과 같을까,
기러기가 눈 내린 진흙 벌을 밟아놓은 것 같으니,

泥上偶然留指爪 鴻飛那復計東西.
(니상우연류지조 홍비나부계동서)

우연히 진흙 위에 발자국은 남겼지만,
기러기는 동서 어디로 날았는지 어떻게 알랴.


기러기 발자국은 흔적도 없고,
그것을 남긴 기러기도
어디로 사라졌는지 참으로 무상하다.

사람도 기러기와 다를 바 없다.
부와 명예를 위해 아등바등하고
그것을 이뤘다고 해도 오래 가지 않는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모든 근심을 안고
나라의 문제점을 고치려 의욕을 보이지만
세력이 바뀌면 뒤집어진다.

자신은 영원할 줄 알고
먼 장래의 일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