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먹다
고기 먹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그걸 제목으로 삼는단 말인가?
예전에야 일 년에 한두 번 먹는 귀한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먹는 게 肉類다.
심지어 개나 쥐도 육류를 즐겨 먹는 세월이 되었으니 옛날 고리짝 얘기는 꺼내지도 말아야 한다.
나혼산
고기를 먹어본지가 거의 한 달은 된 것 같다.
큰맘 먹고 돼지고기 목살을 구워 먹기로 했다.
그것도 농협에서 창립 55주년 기념이라고 보내준 것이다.
한 팩에 세 조각이 들었는데
많이 먹을 욕심에 두 조각이나 프라이팬에 올려 굽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뭔가 잘못된 거 같았다.
잠시 후 연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온 집안에 가득 찼다.
고기 몇 점 먹으려다 집안에 냄새가 배게 생겼다.
문이란 문은 다 열어놓고 후앙(Fan)을 틀어놔도 연기가 잘 빠지지 않는다.
더욱이 옛날 목조주택이니 오죽하겠는가?
고기고 뭐고 아예 먹기도 싫어진다.
그래도 이 고생을 하며 구웠으니 먹어봐야지.
소금에 찍어 먹으니 생각외로 그 맛이 끝내준다.
아. 여기에 소주 한잔이 곁들여져야 하는데...
결국 반도 못 먹고 치워야 했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육류를 잘 섭취하라.
그래야 건강한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고
옛날 맹자님도 일렀는데...
그건 그런 조건이 갖추어진 사람들의 얘기이고,
나 같은 '나혼산'에게는 먼 곳에 개 짖는 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게 해서 나홀로 고기파티가 끝났다.
개소리?
요즘엔 애완동물 기르는 것도 무슨 제약이 많은지
이 변두리 동네에서도 새벽에 닭 우는 소리는커녕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옆집 아줌마가 "이거 가져가 잡아먹으세요" 하며 똥개 한 마리를 준다는 것도 마다했다.
"그걸 어떻게 때려잡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친구 놈들에게 권했다.
그들도 마찬가지 이유를 들어 거절한다.
요즘 세상이 이렇게 변해간다.
옛날엔 없어 못 먹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