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한 번,
4월 초파일에 가던 절을
입춘을 며칠 앞두고 미리 다녀오기로 했다.
코로나로 법당 출입이 금지되어
대웅전 앞에서 두 손 빌어
가족들의 평안을 빌었다.
원효봉 아래 오래된 절
그 옆의 작은 봉우리,
부모님을 산골하여 모신 곳.
맑은 술 한잔 올려야 하는데
온 산이 흰눈에 뒤덮혀
위험하여 산을 오를 수도 없으니
그도 여의치 않네.
법당 안 부처님은 뵙지도 못하고
등산 스틱도 아이젠도 없이
엉금엉금 미끄러운 산길을 기어 내려 왔다.
설날 하루를 그렇게 보냈다.
아, 처사형. 덕암사 처사형.
설날이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