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여든’ 나태주 시인의 봄볕 같은 고백

甘冥堂 2024. 5. 29. 18:10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후

1973년에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했으니,

그 후로 50여 년 동안 1년에 한 권꼴로 시집을 발표한 셈이다.

나 시인은

강연과 사람 만남을 멈추고 허방지방 어지럽던 시기에 쓴 글들이 모인 시집이라며

시 쓰기만은 멈출 수가 없었고,

어쩌면 시 쓰기를 멈추지 않아 다시금 내가 살아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번 시집의 키워드는 오늘, , 집 등 세 가지다.

나 시인의 시만큼은 뜬구름 잡는 얘기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세상이 아니다.

시인은 누구나 힘든 하루, 집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위로와 기쁨이라며

나아가 집은 영원의 집, 종언의 장소일 수 있다”고 했다.

어쩌면 시 쓰기의 본질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수록작 안녕 안녕, 오늘아에서도 시인은

 

이제는 나 반짝이지 않아도 좋아 /

억지로 환하고 밝지 않아도 좋아 /

나 이제 집으로 간다 /

오래된 얼굴이 기다리는 집 /

어둑한 불빛이 반겨주는 집 /

편안한 불빛 속으로 나 돌아간다 /

안녕 안녕, 오늘아.’ 라고 말한다.

 

 

특히 될수록 작고 단순하고 쉬운 시를 쓰는

나 시인의 소담한 표현들이 눈길을 끈다. 그는

 

오늘도 순간순간 /

힘들고 어렵고 지친 당신을 위해 /

의자 하나 내드려요 /

몸이 가서 앉는 의자가 아니라 /

마음이 가서 앉는 의자예요

(수록작 마음의 의자 하나)라고 위로하거나,

 

그것은 지구의 등허리 맨살을 /

밟는다는 것 /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이냐

(수록작 다리에게 칭찬)라며 두 다리에게 감사해하는 식이다.

 

나 시인에게 시 쓰기란 원해서 가는 길이므로 섭섭함이 남을 리 없는 길이다.

이런 마음을 비추듯 그는

 

끝내 포기하지 못할 것을 위해 /

더 많은 것을 포기한다 /

그것이 나의 삶이었고 나의 일생 /

끝내 내가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

시 쓰는 일 시인으로의 삶’(수록작 포기)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천상 시인이다.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나태주/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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