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후
1973년에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출간했으니,
그 후로 50여 년 동안 1년에 한 권꼴로 시집을 발표한 셈이다.
나 시인은
“강연과 사람 만남을 멈추고 허방지방 어지럽던 시기에 쓴 글들이 모인 시집”이라며
“시 쓰기만은 멈출 수가 없었고,
어쩌면 시 쓰기를 멈추지 않아 다시금 내가 살아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번 시집의 키워드는 오늘, 나, 집 등 세 가지다.
나 시인의 시만큼은 ‘뜬구름 잡는 얘기’이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세상’이 아니다.
시인은 “누구나 힘든 하루, 집으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위로와 기쁨”이라며
“나아가 집은 영원의 집, 종언의 장소일 수 있다”고 했다.
어쩌면 시 쓰기의 본질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수록작 ‘안녕 안녕, 오늘아’에서도 시인은
‘이제는 나 반짝이지 않아도 좋아 /
억지로 환하고 밝지 않아도 좋아 /
나 이제 집으로 간다 /
오래된 얼굴이 기다리는 집 /
어둑한 불빛이 반겨주는 집 /
편안한 불빛 속으로 나 돌아간다 /
안녕 안녕, 오늘아.’ 라고 말한다.
특히 될수록 작고 단순하고 쉬운 시를 쓰는
나 시인의 소담한 표현들이 눈길을 끈다. 그는
‘오늘도 순간순간 /
힘들고 어렵고 지친 당신을 위해 /
의자 하나 내드려요 /
몸이 가서 앉는 의자가 아니라 /
마음이 가서 앉는 의자예요’
(수록작 ‘마음의 의자 하나’ 중)라고 위로하거나,
‘그것은 지구의 등허리 맨살을 /
밟는다는 것 /
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이냐’
(수록작 ‘다리에게 칭찬’ 중)라며 두 다리에게 감사해하는 식이다.
나 시인에게 시 쓰기란 원해서 가는 길이므로 섭섭함이 남을 리 없는 길이다.
이런 마음을 비추듯 그는
‘끝내 포기하지 못할 것을 위해 /
더 많은 것을 포기한다 /
그것이 나의 삶이었고 나의 일생 /
끝내 내가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
시 쓰는 일 시인으로의 삶’(수록작 ‘포기’ 중)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천상 시인이다.
오늘도 나는 집으로 간다/나태주/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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