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기다린다는 것

甘冥堂 2025. 4. 29. 11:49

하루에도 몇 번씩 달력을 보며 날짜를 헤아린다.
내일은 뭘 하고 다음 주 목요일을 뭐 하고...

이번 기말시험이 끝나면
제주도 올레길을 걸을까, 해파랑길 나머지 구간을 걸을까.
아니면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하는 백두산을 갈까?

온통 기다림 천지다.
지난날에도 그랬지만
기다린다는 것은 세월을 낭비하는 것이다.
그날이 되어봐야 '되고 안되고' 가 결정되는 걸
그걸 왜 벌써부터 기다리며 시간을 졸이는가?
기다리는 시간도 낭비라는 걸 모르는가?

아무 생각 없이 살자는 뜻이 아니라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앞날을 뭐 그리 손꼽아 기다리는가?
더구나 望九의 나이에...

오늘을 즐겨라.
어제는 이미 지나가 버린 날, 아쉬워해봐야 소용없고,
내일은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괜히 쓸데없는데 눈을 돌리지 말고
지금 오늘을 아껴라.



'카르페 디엠! (Carpe Diem)'

묻지 마라,
우리가 언제까지 살지
바빌론의 점성술사에게 묻지 말라.
주피터가 겨울을 몇 번 더 내주든 말든
튀레눔 바다를 막아선 이번 겨울이 끝이든 아니든 현명하게 살아라.
오늘 포도주를 내려라.
짧은 우리네 인생에 긴 욕심일랑 내지 마라.
말하는 사이에도 우리를 시샘하는
세월은 흘러간다.
내일은 믿지 마라. 오늘을 즐겨라.

- 호라티우스



詩나 한首 읊어보자

오늘을 위한 기도 - 이해인

기도로 마음을 여는 이들에게
신록의 숲이 되어 오시는 주님

제가 살아 있음으로 살아 있는
또 한 번의 새날을 맞아
오늘은 어떤 기도를 바쳐야 할까요?

제 작은 머리 속에 들어찬
수천 갈래의 생각들도 제 작은
가슴 속에 풀잎처럼 돋아나는 느낌들도

오늘은 더욱 새롭고 제가 서 있는
이 자리도 함께 살아 가는 이들도
오늘은 더욱 가깝게 살아 옵니다

지금껏 제가 만나 왔던 사람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 통해

만남의 소중함을 알게 하시고
삶의 지혜를 깨우쳐 주심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오늘 하루의 길 위에서
제가 더러는 오해를 받고 가장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쓸쓸함에 눈물 흘리게 되더라도
흔들림 없는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인내로운 여행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제게 맡겨진 시간의 옷감들을
짜투리까지 아껴쓰는 알뜰한 재단사가 되고 싶습니다.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과
하기 싫지만 꼭 해야할 일들을
잘 분별할 수 있는 슬기를 주시고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 밖에는
없는 것처럼 투신하는 아름다운 열정이
제 안에 항상 불꽃으로 타오르게 하소서

제가 다른 이에 대한 말을 할 때는
사랑의 거울에 저를 다시 비추어 보게 하시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남과 비교하느라
갈 길을 가지 못하는 어리석음으로
오늘을 묶어 두지 않게 하소서

몹시 바쁜 때일수록 잠깐이라도 비켜서서
하늘을 보게 하시고

고독의 층계를 높이 올라
내면이 더욱 자유롭고 풍요한
흰 옷의 구도자가 되게 하소서

제가 남으로부터 받은 은혜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기억할 수 있는
건강한 기억력을 주옵시고

제가 남에게 베푼 것에 대해서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잊어버릴 수 있는
아름다운 건망증을 허락하소서

오늘 하루의 숲속에서
제가 원치 않아도 어느새 돋아나는

우울의 이끼, 욕심의 곰팡이,
교만의 넝쿨들이 참으로 두렵습니다.

그러하오니 주님
이러한 제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쉽게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어가는
꿋꿋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하소서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잠자리에 들때는 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
" 모든 것을 사랑했습니다 "

나직이 외우는 저의 기도가 하얀 치자꽃 향기로
오늘의 저의 잠을 덮게 하소서



아.  나도 이딴 거 끄적거릴 때가 아니지.
밀린 숙제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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