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 뭐죠?”
소방관, 어부, 트럭운전사, 스턴트맨 등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얘기했지만,
중국인들은 짠 듯이 그 술자리의 모두가 고개를 젓고 있었다.
결국 답을 모르겠다고 포기하자 모두가 한 목소리로
“한국 대통령!”이라고 외치며 폭소를 터뜨렸다.
그 당시 중국 인터넷에 널리 유포돼 있던 이야기라 했다.
하야, 망명, 감금, 피살, 무기징역, 친인척 비리 연루, 자살, 탄핵, 투옥으로 이어지는
한국헌정사 모든 대통령의 말로를 보면,
과연 그 어떤 직업도 더 위험할 순 없을 듯했다.
내가 흔쾌히 동의하자 슝선생은 진지한 표정으로 정색을 하고 내게 물었다.
“그렇게 위험한데 대체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죠?
글쎄 그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하자 그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송(宋, 960-1279) 나라의 유명한 여성 시인 이청조(李淸照,1084-1155)의 시구를 읊조렸다.
“살아서는 마땅히 인걸이 되고(生當作人傑),
죽어서도 귀신들의 영웅이 되리라(死亦爲鬼雄)!”
투항하지 않고 자결을 택한 초(楚)나라 패왕(霸王) 항우(項羽, 기원전 232-202)의
비장한 최후를 기린 이 시구에서는
숱한 인간군상 속에 묻혀서 흔적 없이 사라지기를 거부하는
“영웅호걸”의 무모한 권력의지가 읽힌다.
권력이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말인가?
권력의 무대에 기어올라 사투(死鬪)를 벌이는 한·중 양국 모든 야심가들의
서글픈 운명을 기억하며 혀를 끌끌 찼다.
헤어질 무렵 서로 어깨를 걸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인간 세상에 이미 떨어졌거늘 (在人間已是顚)
무엇하러 힘들게 푸른 하늘로 오를까(何苦要上靑天)
함께 나눈 따뜻한 하룻밤만 못하리(不如温柔同眠)!”
그 시구와 노랫말의 숨은 뜻은 무얼까?
어디서든 정치는 야심가들의 권력투쟁일 뿐이니
보통 사람들은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처세술을 익혀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그 밑바탕엔 한국식 민주주의도 중국식 사회주의와 마찬가지로
권력을 독점한 소수 엘리트의 통치 수단일 뿐이라는 강한 비판이 깔려 있는 듯하다.
정치 허무주의나 현실 도피주의라 비판할 수 있겠지만,
섣부른 언행으로 권력자가 휘두르는 철퇴를 맞아온 민초로서는
가장 현명한 생존 비결일 수도 있다.
(조선일보 송재윤의 슬픈 중국 중에서)
참고 1.
夏日絶句(하일절구)/ 李淸照(이청조, 1084~1151)
生當作人傑(생당작인걸) 살아서는 당연히 사람 중 호걸이었고
死亦爲鬼雄(사역위귀웅) 죽어서도 역시 귀신 중 영웅이리라
至今思項羽(지금사항우) 지금까지도 항우를 그리워하는 것은
不肯過江東(불긍과강동) 강동으로 후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참고 2.
新鸳鸯蝴蝶梦(신원앙호접몽)
드라마 포청천 엔딩곡
昨日像那东流水
zuó rì xiàng nà dōng líu shuǐ
어제의 것은 흐르는 강물처럼
离我远去不可留
lí wǒ yuǎn qù bù kě líu
내 곁을 떠나 남아있지 않아
今日乱我心多烦憂
jīn rì luàn wǒ xīn duō fán yōu
오늘 나의 마음을 혼란케 하여 매우 우울케 합니다.
抽刀断水水更流
chōu duǎn luàn shuǐ shuǐ gèng líu
칼을 뽑아 물을 끊어도 해도 물은 또 다시 흐르고
举杯消愁愁更愁
jǔ bēi xiāo chóu chóu gèng chóu
술잔 들어 근심을 잊으려 해도 근심은 다시 일어난다.
明朝清风四飘流
míng zhāo qīng fēng sì piāo líu
새 세상 맑은 바람은 사방에서 떠도는데
由来只有新人笑
yóu lái zhǐ yǒu xīn rén xiào
예로부터 새 사람의 웃음소리만 듣지
有谁听到旧人哭
yǒu shuí tīng dào jìu rén kū
누가 있어 옛사람의 슬피 우는 소리를 듣겠습니까?
爱情两个字 好辛苦
ài qíng liǎng gè zì hǎo xīn kǔ
애정이란 두 글자는 정말 괴로운 것인데
是要问一个明白
shì yào wèn yī gè míng bái
확실히 알려고 하는지
还是要装作糊涂
hái shì yào zhuāng zuò hú tú
아니면 모르는 척 넘어가려 하는지
知多知少难知足
zhī duō zhī shǎo nán zhī zú
많이 알건 적게 알건 만족할 줄을 모릅니다.
看似个鴛鴦蝴蝶
kàn sì gè yuān yāng hú dié
원앙나비의 꿈과 같은 생각을 해서는
不应该的年代
bù yìng gāi de nián dài
안 되는 이 시대 같은데
可是谁又能摆脱人世间的悲哀
kě shì shuí yòu néng bǎi tuō rén shì jiān de bēi āi
어느 누가 인간사의 비애를 벗어 던질 수 있을까요?
花花世界 鴛鴦蝴蝶
huā huā shì jiè yuān yāng hú dié
번잡한 세상 원앙나비는
在人间已是癫
zài rén jiān yǐ shì diān
인간 세상에 있는 것만 해도 이미 미칠 지경인데
何苦要上青天
hé kǔ yào shàng qīng tiān
뭘 그리 어렵게 하늘로 오르려 하는지
不如温柔同眠
bù rú wēn róu tóng mián
편안히 함께 쉬는 것보다 못한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