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구라의 미학

甘冥堂 2023. 10. 13. 10:23

구라.
헛소리나 주절대는 게 아니라, 입으로 풀어내는 비단 같은 말이다.
제주 여인들, 두 분의 여행가이드에 대한 얘기다.

여행객들에게 여행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여행을 인솔하며,

관광지에 관련된 역사, 문화, 정보 등을 안내하는 여행가이드.

50대 중반의 여성가이드.
스스로를 미모가 뛰어나고 경륜이 깊다고 소개한다.
넓적하고 큰얼굴에 콧구멍이 시원스레 앞을 향해 뻥 뚫려있다.
예쁘다는 표현과는 다소 거리가 먼 그녀의 한 시도 다물지 않는 입담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이호태우. 김만덕할머니. 모슬포와 그 부근 비행장의 역사. 광해군.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 등

제주도의 문화 역사  지리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예를 들어 서귀포 쪽에서 한라산을 보면 서쪽으로 머리를 두고 누운 여인의 형상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한라산 높이를 1950m로 알고 있는데 최근 조사결과 1946m로 측량되었다.
그 부분이 코 부근이라 한라산의 높이가 낮아진 것이다.
이런 식이다.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5분이면 충분히 도달할 거리를 무려 40여 분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그 상품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해서든 목표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그 속을 뻔히 알면서도 그녀의 열변에 속아 넘어가고만다.
회사 측에서는 당연히 1등 직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안내원
성읍마을의 주민이자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64세의 할머니.
한쪽 발을 저는 불구의 몸으로 안내 겸 특산품을 판매한다.

특유의 사투리. 반말. 욕설. 익살. 유머로 관광객들을 웃기고 집중하게 한다.
이곳 특산품인 산수유. 굼벵이를 안 사고는 못 배길 정도로 유도한다. 대단한 입심이다.


명색이 관광학과 출신도 감탄해 마지않는 훌륭한 가이드들이다.
구라도 이쯤 되면 아름다운 비단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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