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사진. 먹는 얘기

덕숭산과 수덕사의 전설

甘冥堂 2025. 5. 4. 09:11



먼 옛날 깊은 산골마을에 수덕이라는 이름을 가진 총각이 살았다.
하루는 산길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한 여인을 만나게 되었다.
한눈에 반해버린 수덕 도령이 가까이 다가가 말을 붙이려 하였으니
여인은 쳐다도 보지 않고 달아나버렸다.

몇 날 며칠을 그리워하던 중 마을사람에게 수소문 하보니 건너 마을에 살고 있는 덕숭이라는 낭자였다.
이를 알고 나서 수덕이는 날마다 길모퉁이에서 덕숭 낭자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 봐도 낭자는 보이지 않았다.
수덕도령이 자기를 지켜보는 줄 짐작하고 문밖을 나가지 않은 것이었다.

상사병에 걸린 나머지 수덕 도령은 용기를 내어 덕숭 낭자의 집을 찾아갔다.
가까스로 만나게 된 수덕도령은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애당초 기대하지도 말았어야 하는 일이었다.
낭자는 한마디로 싫다하곤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 거절했다.
그러나 수덕도령은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3년여를 애달프도록 쫓아다니던 어느 날 낭자가 마침내 수락을 했다.
거기에는 조건이 있었다. 그 산에 절을 지어주면 결혼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도령은 무조건 승낙을 하고 바로 절을 짓기 시작했다.

하늘은 무심했다. 야속하게도
절이 거의 다 지어져 완공을 앞둔 어느 날 천둥번개에 의해 절이 몽땅 불타버리고 말았다.

도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시 새로이 절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 번째 지은 절도 완공을 눈앞에 두고 또 산불이 나는 바람에 소실되고 말았다.

웬만한 사람 같았으면 이쯤에서 포기하련만
도령은 이에 굽히지 않고 세 번째로 절을 짓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절은 완공되었다.
이리하여 덕숭 낭자와 수덕도령은 혼례를 치르게 되었다.

첫날밤 도령과 낭자가 드디어 연을 맺으려고 끌어안는 순간
천지가 변심을 했는지 갑자기 우뢰가 내리쳐
수덕 도령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덕숭 낭자는 바위가 되고 말았다.

훗날 수덕도령이 지은 절 이름을 수덕도령을 기리는 수덕사라 했고
그 절을 품고 있는 산을 덕숭 낭자를 기리는 덕숭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가슴아픈 사연을 간직한 수덕사 앞에서
茶를 마시며 희희덕 거리다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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