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校長 분위기?

甘冥堂 2025. 5. 18. 21:10

건축시공업자 내외가 상담차 찾아왔다.
신발 벗고 들어오는 마루를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한 듯 구두를 신은 채 들어와서는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혹시 전에 교장선생님이셨어요?"
부인이 물었다.
"아니요. 그냥 이런저런 직장에 다녔어요."
이번엔 건축시공 사장이 묻는다.
"근데 글씨를 보니 교육자 같으신데...?"

그냥 웃고 말았다.
"선생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옛날집 여닫이 창호에다 한문 몇 자 적어놓은 것을 보고 하는 말이었다.
아는 사람이 보면 서법도 모호하고
엉성하기 그지없는 엉터리 병풍인데
그걸 보곤 무슨 학자 출신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내가 그렇게 훌륭하게(?) 보이나?
속으로 흐뭇해하면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비싸게 견적을 내는데,
아는 게 없으니 무조건 싸게 깎아달라 할 수도 없다.
"생각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하곤 돌려보냈다.

생각해 본다.
오래된 가재도구일수록 잘 정리해 놓아야 한다.
버리기 아까워 이 구석 저 구석에 쓰레기더미같이 처박아 놓으면 안 된다.
더구나 '나혼산'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질서를 지켜야지.
그래야 '선생' 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평생 처음 들어보는 '교장선생'이란 칭호.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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