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축농증도 아닌데 마알간 콧물이 흐른다.
남 보기에 민망하다. 더구나 손님과의 대화에서, 또는 식사 중에 콧물이 흐른다면
이런 낭패가 따로 없다.
웬만한 콧물은 훌쩍이면 해결되는데. 여기서 말하는 마알간 콧물은 제어가 안 된다.
훌쩍거려도 멈추거나 해결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문제는, 콧물이 흐른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늘한 암시다.
생각나는 친구가 있다.
술을 좋아하지만 꼭 술 때문 만은 아닌데도 이상하게 콧물을 흘리곤 했다.
본인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은데 맑은 분비물이 입술 위로 흘렀다.
비록 내색은 않았지만, 좀 칠칠맞다 생각했다.
저놈이 술을 하도 마셔 감각이 무뎌졌나?
그 친구와 함께 어느 노인과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다.
우리 친구는 웃고 떠들며 그 노인에게 친밀함을 보였다.
친구가 돌아간 후. 그 노인이 내게 말했다. "저 친구 얼마 못 살 거야."
"이 노인네가 별 말씀을 다 하시네" 그냥 농담으로 듣곤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친구는 그만 세상을 떠나고야 말았다.
원인은 과음 때문이었다.
몇 년이 지난 후. 갑자기 그 노인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 났다.
"마알간 콧물이 흐르면 오래 못 산다."
내 비록 의사는 아니지만,
맑간 콧물과 생명과의 사이에는 틀림없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경계에 무슨 이상이 있으니 인중에 분비물이 흐르는 것도 감각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자율신경계 인지, 교감신경계 인지, 다른 어떤 신경계 인지...
어딘지는 모르지만, 그런 감각기관 어디엔가 이상이 생긴 것일 거야.
맘모스의 멸종은 발끝에서의 감각이 두뇌에 도달하는 데 2초가 걸리기 때문이라는 분석보고도 있는데.
맑간 콧물이 흐른다는 것을 2초쯤 지나서 인식한 게 아닐까?
노인의 말씀을 흘려 보낼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학교 문 앞에도 못 가보신 분들이 어떻게 그런 것을 알았나?
경험치인가, 직감인가?
환절기 감기에, 꽃가루 알러지에, 황사 미세먼지에....콧물이 흐를 여건은 너무 많다.
주위에 이런 분들이 있다고... 그렇다고
이들의 콧물에 지나친 연민의 눈초리는 보내지는 마시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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