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 /허난설헌
夜夢登蓬萊 (야몽등봉래)
足躡葛陂龍 (족섭갈파룡)
仙人錄鈺杖 (선인록옥장)
邀我芙蓉峰 (요아부용봉)
下視東海水 (하시동해수)
澹然若一杯 (담연약일배)
花下鳳吹笙 (화하봉취생)
月照黃金罍 (월조황금뢰)
어젯밤 꿈속에서 봉래산에 올랐지.
맨발로 용의 등에 올라타고 말이야.
수염허연 신선 할아버지가 푸른 옥지팡이를 짚고
연꽃 모양의 부용봉 봉우리에서 나를 반겨주셨지.
눈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동해바다 푸른 물은
어찌나 잔잔한지 대접에 떠놓은 물같았어.
봉황새는 꽃그늘 아래에서 옥피리를 불고
달빛이 쏟아지니 황금 대접속의 물이 찰랑찰랑
(주)
*葛陂: 한나라 도사 비장방(費長房)이 하남성 신채현 억수(澺水) 왼쪽의 갈파에서
지팡이를 던지자 용이 되었다고 한다. 이 시에서는 신선세계에 올라갔다는 뜻이다.
*錄鈺杖: 비장방이 사장선인(師匠仙人)을 하직하고 돌아올 때에
푸른 옥지팡이를 내주어 타고 왔다고 한다.
(감상과 해설)
봉래산은 신선이 사는, 말하자면 중국의 올림프스 산인 셈이다.
봉래산의 봉우리인 부용봉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동쪽의 넓디넓은 바다도 그저 물그릇 속의 물처럼 고요하게 보이는구나.
신선세계에 사는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봉황새의 피리소리를 듣다 보니
어느새 달이 떠오르고 달빛이 비치는 동해의 물은 황금 대접에 담긴 물같이 보인다.
허난설헌은 신선세계에 찾아가는 꿈을 자주 꾼 것 같다.
도교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 덕분에 집안에 신선세계를 다른 책이 많았고
난설헌은 그런 책을 수없이 읽고 자랐다.
시집을 간 뒤로 사는 일이 너무나 괴롭고 힘들자
현실이 아닌 신선세계를 꿈꾸는 일이 부쩍 늘어난 듯..
허난설헌을
‘잘못을 저질러 이 세상에 귀양 온 하늘의 선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난설헌 역시 세상에 이해받지 못하고 사는 자신을 그렇게 여겼다.
그렇게 해서라도 현실을 이겨내고자 했던 것인지
신선세계에 관한 詩와 꿈에 관한 詩를 많이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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