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나혼산 2달째

甘冥堂 2022. 5. 16. 23:33
벌써 두 달이 지나갔다.
금방 지났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동문들과 체육대회를 하면서 마시기 시작한 술자리가 저녁으로 이어지더니
정해진 코스를 밟아 노래방에까지 이르렀다.

그 시간에 마신 술의 양이 아마
내 두 달간 마신 양보다 많을 듯,
다음날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로 대취했다.

술 마신 다음날 아침이면 의례 밥상에 오르던 닭죽도 없다.
죽이 없는 것이 아니라 끓여줄 사람이 없다.
하루종일 쫄쫄 굶었다.

냉동고에 꽁꽁 얼어붙은, 보름도 더 넘은,
지난번에 먹다 남은 닭죽을 발견하고서야
저녁을 때울 수 있었다.
곡조가 상당히 거시기하다.

그렇다고 마누라를 부를 수도 없다.
큰소리 친 체면에 관계되는 일이니까.

나혼산.
이제 어느 정도는 몸에 익었다.
아침에 밀빵 두 조각에 계란 1개.
점심은 직접 지은 밥, 아니면 국수
저녁은 찬밥으로 대강 때운다.

이런 정도면 몸무게가 상당히 줄었어야 하는데
별 차이가 없는 걸 보면
이 생활이 체질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제까지 이 생활을 계속할 것인가?
5월에는 스케줄이 꽉 차있고
6월엔 여행계획이 잡혀 있으니
이러다가 금년이 다 지나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시간을 낭비했고.
지금은 시간이 나를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뭣하는 짓인가? 누굴 위한 짓인가?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가 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자기가 어리석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어리석어도 너무 어리석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생각하나?
좋고 나쁜 것은 생각이 다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세익스피어가 말했다.
그는 또 인생은 불확실한 항해라고도 했다
그냥 그렇게 사는 게 답일 수도 있다.

굳이 셰익스피어까지 들먹일 것 없다.
인생 사는데 정답이 어디 있나?

나혼산 빈집에서
스피커 크게 틀어놓고 장사익, 나훈아 노래를 아무리 듣는다 한들
내겐 그런 한이 있지도 않을 뿐더러
있다한들 이미 다 지나간 것들이니
뭐 어쩌겠는가?
옆집에서 시끄럽다고 문 두드리지 않을까
그것만 신경쓰일 뿐이다.


나 혼자 산다.

영자가 말했다.
"너나 혼자 잘 살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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