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어느 늦깎이의 일상

甘冥堂 2022. 5. 28. 16:01
늦깎이 공부를 하는 같은 과 친구를 만났다.
오늘 중간고사를 보는 날이니 자연히 만나게 된 것이다.

"똥지게 지고 장에 따라간다더니,
내가 선배 덕분에 그 짝이 됐소."

같이 공부나 하자고 꼬득였더니
이제 와서 죽겠다고 푸념이다.

"그래도 벌써 4학년 중반인데.. 뭘...."

그 친구.
머리는 비록 하얗게 쉬었지만
몸매는 날렵한 청년 같았다.

그의 일상을 털어놓는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2~3시간 책을 읽다가
운동을 두어 시간 하고 아침식사를 한다.

아침은 비교적 잘먹는 편이다.
호밀빵에 치즈, 계란, 쇠고기, 아보카도, 기름, 사과, 토마토. 감자, 고구마, 비트, 꿀에 절인 마늘 등 푸짐하다.
점심은 고기반찬으로 간단히 때우고
저녁은 각종 과일 채소를 갈아서 즙을 내어
두어 컵 마시는 걸로 하루 세 끼를 끝낸다.

임금님 밥상이 따로 없다.
혼자 살면서 그렇게까지 골고루 챙겨 먹다니...
같은 '나혼산'에도 급수가 있구나.

운동은 뒷동산을 걸으며
벤치에 두 발을 올린 상태에서 팔굽혀펴기를 쉬지 않고 120회 정도한다.
근육이 단단하여 군살 하나 없다.

"재수 없으면 200살 산다는데,
그러다가 정말 200살 사는 거 아냐?"

종일 혼자 있어도 무료할 틈이 없다고 한다.
책 읽고 공부하지. 글 짓지. 운동하고 요리하지...
저녁 10시 반이면 잠자리에 든단다.

노땅이라고 다 같은 노땅이 아니다.
젊은이 같이 활동하는 노땅과,
심심하고 적적해서 하루하루를 마지못해 사는 늙은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6월초 기말시험 끝내고 한 잔 하자고,
헤어졌다.

"대단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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