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고정희 ㅡ
고통을 부정하지 않고 이를 통해 더욱 강인해지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이 담겨 있다.
작고 연약하지만 강한 생명력을 가진 ‘갈대’를 통해서
영혼의 고통을 직접 대면하여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 시에서 말하는 ‘상한 영혼’이란 아픔과 고통을 겪는 존재를 가리키고
시인은 ‘상한 갈대와 부평초’를 넘어
‘뿌리깊은 벌판’으로 옮겨 가면서
고통을 받아들임으로써
고통을 이겨 내고자 하는 강한 의지와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청에서 차를 마시다 (0) | 2022.12.30 |
---|---|
인간은 죽으면 어떻게 될까? (0) | 2022.12.30 |
2023년을 주도할 소비 트랜드 (0) | 2022.12.29 |
맨드라미 (0) | 2022.12.29 |
송년의 시 (0) | 2022.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