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걱정을 걸어두는 나무

甘冥堂 2023. 12. 23. 18:02

한 목수가 주택보수 일에 고용되었다.
첫날부터 문제가 많았다. 못을 잘못 밟아 발을 다치고,
전기톱이 고장 나 시간이 지체되었다.
낡은 트럭은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그날 저녁 사장이 집까지 태워다 주는 동안 조수석에 앉은 목수는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
집에 도착한 목수는 가족을 인사시키기 위해  사장을 잠시 집안으로  초대했다.
집을 향해 걸어가는데 남자가  작은 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두 손으로  나뭇가지를 어루만졌다.
현관문을 열 때 그의 얼굴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을린 얼굴이 미소로 밝아졌으며, 달려오는 두 아이를 껴안고 아내에게 입맞춤을 했다.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나무 앞을 지나가면서
호기심을 느낀 사장이 좀 전의 행동에 대해 물었다.
"아, 이 나무는 걱정을 걸어두는 나무입니다.
일하면서  문제가 없을 수 없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그 문제들을 집 안의 아내와 아이들에게까지 데리고 들어갈 순 없습니다.
그래서 저녁때 집에 오면 이 나무에 문제들을 걸어두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그 문제들을 가지고 일터로 갑니다.
그런데 아침이 되면 문제들이 밤사이 바람에 날아갔는지 많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사소한 일상의 문제들을 영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습관을 멈춰야 한다.
영혼이 순수한 기쁨과 웃음을 잃기 때문이다.
(류시화 시인의 '내 영혼, 안녕한가'에서 발췌)
 
 
직장생활할 때를 생각해 본다.
선배가 내게 말했다.
"아침에 출근할 때 간과 쓸개를 집 현관에 걸어두고 나와라."
직장에서의 온갖 스트레스와 다툼. 설득. 이해에 얽힌 일들로 인해
욱하는 기질로 타인들과 다투지 말라는 뜻에서다.
 
그후 지금까지 내겐 쓸개가 없다. 
"쓸개 빠진 놈"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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