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불러주기naming는 명상법 중 하나이다.
마음은 게스트하우스 같아서 여러 감정들이 번갈아가며 찾아 온다.
반가운 투숙객도 있지만 어떤 감정들은 불청객이다.
마음의 방을 어지럽히고, 소란을 피우고, 불평하고, 문을 발로 차서 일과를 망친다.
잠들 때까지 영혼을 괴롭히는 감정들도 있다.
무의식에 난 틈새로 등장하기 때문에 쫓아 내기도 어렵고 잠금장치를 해둘 수도 없다.
마음챙김 명상에서는 이 감정들에게 이름을 불러 주라고 권한다.
슬픈 감정이 오면 "슬픔, 너구나, 어서 와."하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다.
불안과 두려움에게도 "안녕, 불안. 안녕, 두려움."하고,
고통스런 기억과 함께 분노가 일어나면 얼른 이름을 불러준다.
"안녕, 기억. 안녕, 분노. 어서 와, 또 왔네."하고 인사를 나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손님들에게 자신의 집을 영원히 내줄 필요까지는 없다.
신체적인 감각 역시 마음속으로 '가려움, 가려움', '두통, 두통'하고 이름을 불러주면
그것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습관과 거리를 두게 된다.
산만한 생각과 부정적인 감정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 방법이다.
고대의 샤먼들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의 이름을 알면 그것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었다.
붓다는 이름을 불러주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명상 중에 깨달음을 방해하는 마라가 대결을 시도하며 나타나자
오랜 친구처럼 반갑게 이름을 부르며 맞이했다. 그리고 마라에게 차를 권했다.
"어서 와, 마라.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마라는 욕망, 분노, 의심 등 마음을 고통에 빠뜨리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가리키는 말로,
산스크리트어로 '망상'을 의미한다.
이름까지 불러주고 차까지 우려 주는 환대에
마라는 어리둥절해져서 대결 의지를 상실하고 소멸되었다.
복잡한 감정과 사념이 밀려올 때
차 한 잔을 음미하는 것은 평화로운 해결 방법이다.
'이름 불러주기'는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들에게
"어서 와." 하고 환영하고 차를 권하는 일이다.
그때 우리는 그것들에 대해 깨어 있을 수 있다.
그것들과 나의 자각 사이에 여유공간이 생겨난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나는 내가 화가 나 있음을 자각한다.'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들을 더 분명하게 알아차리게 된다.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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