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濟河焚舟

甘冥堂 2024. 4. 14. 06:34

濟河焚舟(제하분주) / 春秋左氏傳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은데 예기치 않게 발목을 잡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게으름과 나태함, 불만과 질투, 술과 흡연 등 많은 것이
우리가 행복한 인생을 살지 못하도록 하는 복병들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이런 것들을 과감하게 끊어버리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겠다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조선중기 문신이자 학자 우복(愚伏) 정경세(鄭經世) 선생은
임진왜란 당시 공을 세워 학식과 무용(武勇)을 크게  떨친 분입니다.
평소 술 때문에 건강이 좋지 않았던 선생은 술을 끊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습니다.

어느날 선생은 제하분주(濟河焚舟)라는 말과 함께 중대한 결심을합니다.
강(河)을 건너고(濟)나면 배(舟)를 불태워버린다(焚)는 뜻입니다.
이제 술을 끓겠다고 결심한다면 타고 갈 배가 없다는 생각으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제하분주는 원래 춘추좌씨전 등 동양의 병법서에 나오는 말로,
결전의 날 타고 갈 배를 불태워 더 이상 돌아갈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야말로 배수진의 전략이지요.

우복 선생은 술을 끊기에 앞서 이런 말을 남깁니다.

酒殺人之醓毒 (주살인지탐독)
保養精神安享壽考 (보양정신안향수고)
破釜甑燒廬舍 (파부증소여사)
濟河焚舟 (제하분주)

 술은 사람을 죽이는 독이다.
내 정신을 잘 보양하고 내 목숨을 제대로 지키려면 술을 끊어야 한다.
밥 해먹을 솥을 깨고 잠 잘 집을 불태우듯이,
강을 건너고  배를 불태우듯이!

정말 대단한 결심입니다.


누구에게나 세상을 살면서 인생의 전기가 될만한 결단의 순간이 필요합니다.
우복 선생이 제하분주의 화두로 술을 끊은 것처럼,
인생을 살다가 갑자기 장애물을 만났을 때 죽음을 각오하고

배수진을 치는 것 또한 장애물을 넘기 위한 방법중 하나입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사생결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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