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려면 아직도 멀었는데
벌써부터 매미가 우네.
거실 창문에 붙어 나를 지켜보듯
쫒으려 해도 움직이지도 않네 그려.
당의 낙빈왕이 읊었다.
낙빈왕(駱賓王, 640년? ~ 684년?)은 중국 당(唐) 초기의 시인(詩人)으로
'초당사걸(初唐四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아! 매미 우는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그 덕은 현자를 닮았다.
그러므로 자기 몸을 깨끗이 하여
군자(君子)·달인(達人)의 고귀한 행실의 자품(資稟)을 갖추었고:
자기 허물을 벗어 신선이 사는 곳으로 날아오르는 신령한 자태를 가지고 있다.
때를 기다렸다 나타나 음양의 법칙을 따르고;
계절에 맞춰 변화해 출처의 기회를 잘 살핀다.
눈은 항상 뜨고 있어서
세상의 도(道)가 어둡다고 하여 보지 않는 것이 아니고,
날개는 저절로 얇아서 세상 풍속이 후하다고 하여 그 참됨을 바꾸지 않는다.
높은 나무에서 미풍을 맞아 읊조리니 소리는
하늘이 준 훌륭한 품성을 바탕으로 하고,
높은 가을 하늘에서 내린 이슬을 마시니
자신의 맑음을 남들이 알까 두려워한다.
나는 길을 잃고 어려움과 근심 속에 있다가 감금되는 때를 만나게 되었다.
슬퍼하고 가슴 아파하지는 않지만 스스로를 원망하니,
가을이 되기도 전에 먼저 쇠락한 꼴이었다.
처량하게 우는 가을 매미 소리를 듣자니
평번(平反)하라는 주의(奏議)가 올라간 것을 알겠으나,
매미를 잡아먹으려 하는 사마귀 그림자를 보니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에 겁난다.
느낀 바가 있어 시를 지어 지기(知己)에게 준다.
정이란 사물에 따라 응하는 것이니
가냘픈 날개가 나부껴 떨어짐을 슬퍼해주길 바라며,
이 말을 남에게 부쳐 알리노니
남은 소리가 적막해지고 말았음을 가여워해 주기 바란다.
한편
옛분들은 매미에게는 다섯가지의 덕이 있다고 하였다.
매미의 五德: 文淸廉儉信.
文은 입이 곧게 뻗은 것은 선비의 갓끈을 연상하며 학문을 닦는다는 의미며
淸은 이슬이나 나무진을 먹고사니 맑음이오
廉恥는 농부의 곡식이나 채소를 훔쳐먹지 않으니 염치가 있음이요
儉素는 다른 곤충과 달리 집이 없음이오
信義는 늦가을이 되면 때를 맞춰 죽으니 신의가 있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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