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주식

부동산 버블시대는 끝났다

甘冥堂 2006. 12. 14. 19:40
 최근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값 고공행진의 시대가 이젠 막을 내릴 단계가 왔다고 경고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식 부동산 버블 붕괴가 코앞에 닥쳤다는 ‘음울한 전망’도 나온다. 주택보급률 100%의 시대에 수도권에만 매년 수십만 호의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가 공급을 따라잡지 못하는’ 시기가 오면 아파트값의 폭락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노령인구 아파트 팔아 노후자금 마련

최근 버블 붕괴 주장의 근거로는 인구학적 배경이 거론되고 있다. 인구의 지속적 감소, 노령인구의 증가, 결혼기피 현상, 무출산 가계의 급증 등 인구 통계적 요소들이 향후 한국 부동산 시장을 강타하리란 전망이다.

그 징후는 이미 감지되고 있다. 강남구 서초동에 사는 김한경씨(59)는 자신이 살고 있는 29평형 아파트를 7억5천만 원에 내놓았다. 그가 집을 팔기로 결심한 이유는 종부세 등 세금 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퇴직 후 3년간 운영했던 문구점 수입이 격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부의 생활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도 의정부에 1억5천만 원짜리 전세 아파트를 마련하고 나머지 돈으로는 상가 분양에 투자하기로 했다. 비싼 집을 소유하며 세금을 무느니 한 달 250만 원의 안정적인 생활비 조달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의 아파트를 팔고 지방 소도시나 시골로 향하는 엑소더스 행렬의 규모는 장차 더욱 커질 것 같다. 부동산투자 불패 신화를 창조했던 베이비붐 세대의 첫 주자인 1955년생들은 2010년 평균 퇴직 연령인 56세에 도달한다. 서울의 아파트 한 채와 그 가격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소소한 금융자산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전 재산이다. 퇴직 후에도 아파트 한 채를 짊어지고 거뜬히 살 수 있는 여력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아파트를 노후 생활 자금으로 ‘녹여 먹어야’ 하는 서글픈 군상들이 몰려온다는 얘기다.

“베이비붐 세대 구입 끝나면 하락”

베이비붐 세대의 마지막 주자인 1963년생들이 정년퇴직하는 시점은 2010년대 후반이다. 인구증가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결혼을 통해 새로운 세대를 구성하는 ‘가족 형성률’도 급감할 시점이다. 공급된 아파트의 신규 수요가 생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파트를 팔아 생계를 도모하려는 사람들은 늘어난다. 투기심리로 인한 아파트값 고공행진이 도저히 지속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아파트값 버블론자의 입장에서 이미 아파트 공급은 과잉이다. 지난 11월 15일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은 공급확대가 핵심이다. 수도권 신도시에 2010년까지 86만7000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시기 전국적으로는 총 164만 가구의 주택이 건설된다. 향후 10년 내 버블 붕괴를 예고하는 공급 사이드의 통계 수치다.

현대경제연구원 윤여필 연구위원은 “베이비 붐 세대의 주택 구입 사이클이 끝나면 부동산 가격은 하락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신생아가 많았던 시기는 1970~1972년 사이다.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출생했다.

그 뒤로는 줄곧 하향곡선을 그려 2000년 이후로는 40만 명대로 떨어졌다. 1970~1972년생들이 주택을 구입할 시기는 대략 2010년까지다. 그 뒤로는 주택구매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윤 위원의 진단이다.

2020년 4990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줄어든다는 전망도 버블 붕괴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해 1.08명으로까지 떨어진 출산율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GDP 잠재성장률도 2020년 3.6%, 2030년 2.3%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산율 저하는 장기적으로 노동력 공급 감소, 연금적자 확대로 인한 국가재정 악화 등 ‘국가적 재앙’을 불러온다는 사실은 이제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상식이다.

저출산 현상이 멈추지 않는다면 인구감소와 함께 주택수요 역시 크게 줄고, 이는 다시 주택 가격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버블론자들의 경고다. 지금처럼 아파트 한 채만을 믿고 노후를 대비하려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것이란 경고이기도 하다.

통계청에서 최근 내놓은 수치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수도권 인구증가율은 2005년 1.2%에서 2015년 0.6%로 크게 둔화된다. 특히 새로 가족을 형성하는 30세 전후의 인구는 2007년부터 본격적인 감소세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버블론자인 국토연구원 손경환 토지주택연구실장은 “소득이 증가하면 더 좋은 주택을 원하는 대체수요가 늘지만 그것이 인구요인에 의한 수요 감소까지 상쇄할 순 없다”고 말했다. 향후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건설 등으로 수십만 명의 인구가 빠져나가면 수도권 일대의 집값 거품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통계와 주택가격 붕괴의 상관관계가 묘한 순환과정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비싼 집값으로 인한 주거비 부담은 결혼기피, 출산기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인구감소가 다시 집값 하락을 불러오는 변증법적 과정이 그것이다. 어쩌면 비싼 집값이 스스로의 모순에 의해 붕괴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컴퓨터프로그래머로 일하는 한정훈씨(34)는 최근 여자친구의 부모에게 심한 결혼 압력을 받고 있다. “동갑내기 여자친구가 결혼을 조르고 있지만 모아놓은 돈이 없어 집을 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그가 망설이는 이유다. 한씨는 설사 결혼을 한다 해도 “지금의 수입으로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고 말한다.

노령인구의 증가가 부동산 투매로 이어질 것이란 버블론자의 주장에는 통계적 근거가 있다. 대한민국 가계가 보유한 실물(부동산)자산과 금융자산의 비율이 지나치게 편향적이라는 것이 그 근거다.

한국의 가계는 실물과 부동산 자산의 비율이 70%:30%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40%:60%, 일본은 55%:45%로 실물보다 금융자산 비중이 한국보다 훨씬 높다. 이들 선진국 국민들은 노후생활을 위해 부동산을 매각할 확률이 한국의 노령층보다 훨씬 낮다는 얘기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강창희 소장은 “집과 땅이 많은 ‘가난뱅이’는 미래가 불안하다”면서 버블 붕괴 시대를 대비한 현명한 자산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부동산 시대의 퇴조, 주식 등 금융자산 시대의 부활이 예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학적 근거의 장기적 버블 붕괴론은 시장의 동의를 받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수십년간 지속된 까닭에 버블 붕괴는 여전히 낯설고 어색한 전망으로 간주된다. 작년 한 언론사의 설문에서도 부동산 전문가의 약 70%가 부동산 가격의 지속 상승에 무게를 두는 전망을 내렸다.

“인구 줄어도 가구수는 는다” 반론도

핵가족화 현상, 독신세대 증가로 가구 수 자체가 늘어난다는 것이 ‘지속 상승론’의 근거 중의 하나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인구증가율이 둔화되는 가운데 가구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주택의 고급화, 대형화 현상으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장기적으로도 이에 따른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진단이다.

중산층 이상에서 번지고 있는 별장, 전원주택 콘도 등 소위 ‘세컨드하우스(Second House)’ 보유 트렌드도 집값 하락을 막을 것이란 전망도 비슷한 맥락이다. 중산층 이상 소득 계층이 도심의 아파트를 팔기는커녕 주말을 보낼 전원의 ‘제2의 하우스’를 보유하려는 세태 속에서 집값 붕괴를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10년 후 아파트값 붕괴를 주장하는 전문가조차 ‘강남 집값 붕괴’에 대해서는 확언을 피하고 있다. 광범위한 하락이 예측되는 징후 속에서도 “부자들이 서울 강남으로 몰리는 현상은 인구학적 수요-공급의 원칙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닥스플랜 봉준호 사장은 “뉴욕 맨해튼은 한번도 집값이 떨어진 적이 없다”면서 “강남도 이와 유사한 길을 걸을 것”으로 진단했다.

강남불패 신화는 건재할 것인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20억 원의 토지보상비를 받은 충남 연기군 서면의 주민 김광호씨(가명·55)도 보상금 투자의 대상으로 강남을 지목했다. 그는 지난 5월 받은 보상금으로 서울 서초동 서초래미안 아파트 44평형을 무려 14억 원을 들여 구입했다. 현재 전세를 주고 있지만 김씨는 그 아파트가 “구매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는 꿈에도 생각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버블 세븐 지역으로 분류된 서울 목동 지역 아파트가 올해 초 급등한 이유도 경기도 파주 지역의 보상비가 집중적으로 몰려왔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버블 붕괴의 조짐에도 불구하고 강남불패 신화는 부동산 가격의 극단적 양극화 현상을 만들어내면서 여전히 건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윤여필 연구위원은 광범위한 부동산시장 가치하락의 기점을 2015년으로 보고 있다. 현재 64세 이상의 인구가 보유한 금융자산은 2004년 말 현재 3892만 원. 2020년쯤에는 현재가치로 2000만 원으로 하락한다. 2015년은 1960년대 초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는 시점이다. 윤 위원은 이들이 노령 소비 재원 충당을 위해 집을 팔기 시작할 때 부동산 가격 하락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 축소와 함께 이들의 주택 투매는 어떤 시장의 조작도 견뎌낼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기홍〈객원기자〉 glutton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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