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나 술 끊었어

甘冥堂 2015. 11. 10. 10:57

며칠 계속 술을 마셨더니 입술이 터지고야 말았다.

결정적인 것은 지난 토요일.

바둑 한 수 두고, 막걸리 한 잔 하다가, 손님이 왔다길래

집에 와서 소주 두 병 정도.

가을비도 추적추적 내리는데...

드디어 감기까지 걸렸다.

 

내게 감기가 걸리는 것은 거의 같은 패턴이다.

과로, 그리고 입술이 터지고, 그것이 며칠 계속되면 바로 감기에 걸리게 되어 있다.

"내 이럴 줄 알았어."

어느 시인의 묘비명이 아니다.1

 

초기에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병원에 갔다.

"앞으로의 증세는 이럴 것이다." 

지금 이미 나타난 증상과, 내일 쯤에 나타날 증세를 설명하며 그에 맞는 처방을 해달라고 하니.

"걸리지도 않은 병을 미리 예견하고 약을 쓸 필요는 없어요."

그 의사 단호하게 말을 자른다.

내 병은 내가 더 잘 아는데.... 할 수 없지 뭐.

 

원인은 단 한 가지.

술 때문이다.

 

"나, 오늘부터 술 끊을 거야."

속으로 결심한다.

술이 무슨 보약이라고, 틈만나면 마셔대나?

마실 때 한두 시간 즐거움이, 다음날의 컨디션에 영향을 미치니.

경제원리를 들이대도 손해인 것만은 분명하다.

 

어떻게 끊나? 

칼 같이 끊을 수 있어?

人生 三樂에 그마저 끊으면 무슨 재미로 사나?

악마의 속삭임이 계속 귓전을 맴돈다.

 

악마와의 오랜 타협 끝에 이렇게 하기로 했다,

"술 한 잔 합시다." 하는 말, 그 말을 먼저 끊기로 했다.

내가 먼저 나서서 "술 한 잔 하자"고 설치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정해 놓고 나니 아주 훌륭한 실천 방법이다.

 

남들이 마시자고 하면?  

또, 술이 고플 땐 어떻게 하나?

 

그땐, 뭐..

말도 안했고 ....

먼저 설치지도 않았으니...뭐.

 

궁색하다.

 

  1. 아일랜드의 극작가 죠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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