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 처음 시집을 냈다.
그동안 틈틈이 습작하던 것을 모아 본 것이다.
인쇄된 책을 보니, 편집도 제본도 영 맘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외형이 무슨 문제가 되겠나? 그 속에 담긴 내용이 문제 지.
제목을 Flirty and/or Parody.라 했다.
'주접과 패러디'로 번역한다. 사실 주접이라는 단어는 외국어로 표현하기가 상당히 거시기 하다.
실제로 그에 딱 들어맞는 단어가 없어, 억지로 가져다 쓴 것이다.
卷頭에
시는 아무나 쓰나?
시라는 것은 순간의 자기표현일 뿐이야, 구태여 어렵고 난해하게 말을 꾸밀 필요가 없어.
평상시 생각을 친구나 연인에게 편안하게 이야기하듯 읊는 것이 시야.
형식이 무슨 상관이냐. 또 굳이 시라고 장르를 나눈들 무엇이 다르랴.
이것이 시에 대한 나의 기본적 생각이다.
여기 모은 글들은 틈틈이 써 온, 제목에서 말하듯 주접떠는 글들과 페러디한 글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지능형 컴퓨터도 아닌 오래된 기계 속에 부호화되어 묻혀 버릴지도 모를 것들을
종이에 옮겨보자는 의미에서 책자로 만들었다.
시는 可以興이며... 多識於鳥獸草木之名이라.
공자의 말씀이다. 인생사 잡다한 것들에 관심을 갖는 것.
그것으로 志意가 感發한다면 그것이 시라는 것이다.
이 가르침을 따르고 싶을 뿐이다.
그렇더라도.
시는 아무나 쓰나?
계속 마음에 걸리는 무거운 책망이다.
그러나 어쩌겠나. 以文爲戱1라 억지로 위안할 뿐이다.
- 조선후기 문인 박지원(朴趾源)은 자기의 창작 태도를 말하면서 '이문위희(以文爲戱)'했다고 말했는데, 글로써 놀이 또는 장난거리를 삼았다는 것이다. 자기자신을 광대처럼 웃음거리로 만들며, 민속예술에서의 익살을 받아들여 창작 원리로 삼은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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