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irty and/or
Parody
笑峰 著
머릿말
시는 아무나 쓰나.
시라는 것은 순간의 자기표현일 뿐이야. 구태여 어렵고 난해하게 말을 꾸밀 필요는 없어.
평상시 생각을 친구나 연인에게 편안하게 이야기하듯 읊는 것이 시야.
형식이 무슨 상관이냐. 또 굳이 시라고 장르를 나눈들 무엇이 다르랴.
이것에 시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여기 모은 글들은 틈틈이 써 온,제목에서 말하듯 주접떠는 글들과 페러디한 글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지능형 컴퓨터도 아닌 오래된 기계 속에 부호화되어 묻혀버릴지도 모를 것들을
종이에 옮겨보자는 의미에서 책자로 만들었다.
시는 可以興이며...多識於鳥獸草木之名이라.
공자의 말씀이다. 인생사 잡다한 것들에 관심을 갖는 것. 그것으로 志意가 感發하면 그것이 시라는 것이다.
이 가르침을 따르고 싶을 뿐이다.
2016. 봄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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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목마를 타고 떠난 노처녀 9
2.나그네 가는 길 11
3.매생이 수염 15
4.히말라야의 늑대 17
5.언젠가는 21
6.제이, 너는 좋으냐 23
7.Hell 수채구 25
8.자취 27
9.호박꽃도 꽃이라오 29
10.신당동 블루스 31
11.가지 꽃, 고추 꽃 35
12.나를 잊지 말아요 39
13.지렁이 찬가 41
14.대추 꽃 당신 43
15.지짐이 집 연가 45
16.꽃 위의 꽃 47
17.밤꽃 필 무렵 49
18.내게 묻거든 次陳繼儒韻 51
19.만남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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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늙은 백수의 노래 55
21.산수유2 57
22.陋巷에 가을은 59
23.書友를 보내며 61
24.연신내 블루스 2 63
25.세상은 살 만한 것 65
26.연신내 블루스1 67
27.산수유 1 69
28.言表內的 行爲 71
29.매미의 恨 73
30.肉體의 嘆 75
31.새가슴 79
32.만남 81
33.꽃잎 하나 85
34.귀밑머리 87
35.송년 시 89
36.매연 91
37.배내 똥 93
38.칠갑산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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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실존은 본질에 우선한다 97
40.자전거 p 99
41.목련 101
42.아직도 모른다 103
43.송년 105
44.창밖을 보세요. 가끔은 107
45.창가에 앉아 109
46.모내기 111
47.천안함 113
48.과학과 미래 115
後記
1.목마를 타고 떠난 노처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예순여섯 노처녀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하늘로 떠났다
일산의 어느 술집.
나는 오랜 친구의 애절한 얘기를 들어야 했다.
영혼을 달래주던 여인,
노처녀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
사랑을 위해 조강지처와 자식과 재산 모두를 내던진
멍청하기만 한 친구놈.
그녀와는 결국 혼인의 예도 갖추지 못헀고,
그냥 그렇게 30년의 세월을 함께 했다.
이미 깊은 병인 줄을 알게 된 어느 날
우리 혼인신고 하자며 울먹이는 그녀에게
단호히 그 뜻을 물리친
세상사는 원칙을 지킨 우직한 놈.
언놈이 말했나
사랑은 至高至順한 것이라고
세속의 약삭빠름과는 다른
아닌 것은 아닌 것. 우리 친구
빈털털이 부랄 두 쪽만 남은 그가
노처녀에게 심어준 마지막 사랑의 의지.
通俗한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지
그 많은 사랑의 유산를 걷어차다니..
바보가 아닌 바에는.
나 떠나련다. 이제,
마지막 살 곳을 찾아 떠나야 해.
그곳이 어디가 될런지....
이빨 빠져 쭈글한 그의 두 빰에
초봄의 흐릿한 양광이 설핏.
그녀는 하늘에 있고
친구의 썪은 웃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2.나그네 가는 길
저도 모른다.
나그네는 걷다가 왜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는지
네 몸이 밀고 지나온 풍경이 조금
찌그러졌다 하여 마음 아파하지 말자.
그렇고말고.
나는 단지 한 사람의 나그네에 지나지 않지.
이 지상에서의 일개 순례자말이다.
가야 한다
나그네는 가는 것
길에서 죽는 것
인적이 드문 곳에
발자취를 남기는 것
안개 속 길섶에서
무엇을 찾으려고 서성이는가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것을
예부터 인간은
물으며 찾으며 그렇게 살아 왔느니
그래서
나그네는
새 집을 짓지 않는다
어디서 오느냐고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도
대답은 않고
웃고만 있는 나그네.
어이 보여드려야 합니까
이 깊은 속내를
뼈다귀 앙상한
대추나무에 기대서서
눈물 글썽하게 한숨짓는,
떠나야 할 눈물이 보일 때에는
머물지 말자.
동트기 전 길을 떠나는 것은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시커먼 어둠에 싸여 갈 길이 막히더라도
나그네는 군소리 내지 않는다
십 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서도
선뜻 강 건너 마을로 들어서지 못하고
바위산 그늘에 쉬어 앉은 나그네여
종착역이 가까운 인생 나그네
본향에서 풀어놓을
이력의 보따리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아직은
아니라고
준비도 안 했던 청춘인데
훗날
아주 조금 훗날
내 그대 별 하나의 나그네 되어
그대 하늘로 돌아가리라
3.매생이 수염
거뭇거뭇 희끗 뻣뻣
마누라 질색 하는 꺼칠한 수염
기르지도 않는데
무럭무럭 잘도 자라네
해조류는 왜 이리 검은가.
그중에서 겨울 한 철
굴을 곁들인 매생이 국
해장엔 그만인데
어쩌다 턱밑을 흐르는 줄 모르고
마누라 이뻐하다 바라보니
쭈꿀쭈굴 할매 얼굴에
매생이 수염이 거뭇거뭇.
4.히말라야의 늑대
한 옛날의 추억만을 찾아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는 늙은 똥개를 본적이 있는가.
썪은 낭만을 찾아다니는 변두리의 비 맞은 똥개
나는 똥개가 아니라 늑대이고 싶다.
높은 산정에 올라가 고독에 몸부림치다
눈더미에 파묻히는 히말라야의 그 늑대이고 싶다.
자고나면 쭈굴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컴컴한 단칸방 귀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의 도시 네온샤인 휘황한 어디에도 나는 없다.
아수라 인간세에서 야망이란 이름조차 품어보지 못한
이 큰 도시의 하늘아래이렇듯 철저히 내팽겨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미친개도 있었는데.
그림자처럼 왔다가 안개처럼 사라질 순 없잖아
내 왔다간 발자국이라도 남겨야지
한 자루 촛불처럼 모두 타 스러져도
영원의 불꽃으로 기억돼야지
묻지마라 왜 그 높은 곳 까지
오르려고 몸부림치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늑대의 한 많은 영혼을
아무도 몰라준들 뭐 어떠리.
웅크려 사는 게 두렵고 오금이 저릴 때
그것을 감싸줄 암컷 하나 없는 조카튼 세상을
그런 세상을 억지로라도 사는 건 희망 때문이라구
희망이 사람을 얼마나 들뜨게 하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희망만큼 허망한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뽕짝을 좋아한다고 했다.
나도 뽕짝을 좋아한다.
너는 짜장면을 좋아한다 했다.
나도 짜장면을 좋아한다.
너는 가을을 좋아한다 했다.
나도 그렇다.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개뿔도 없으면서도 흰소리 멍멍 짖고
똑똑한 척하면서도 골이 비어있는내 청춘의 건배
사랑이 괴로운 건 山같은 욕심 때문이지
모든 걸 다 가지려니 괴로운 거야.
꿈도 사랑도 모두를 달라는 건 파렴치야.
사랑이란 헤어짐을 전제로한 가슴 아픈 僞善
그 위선의 마지막엔 무엇이 있나.
모두를 다 주어도 사랑은 아깝지 않은 것
그래야 사랑했노라 할 수 있겠지
아무리 작은 불빛이라도
흐르는 별똥별 스러지는 별빛에서도 나는 찾으리
메마르고 황폐한 들판이라도
한줄기 들꽃으로 나는 남으리
눈보라 폭풍이 대지를 말아 올려도
꺾이지 않는 민들래 들꽃이 되리
내가 지금 이 산속을 헤매는 것은
오랜 전설이 살아 있기 때문이야
안개인가 눈인가 저 높은 히말라야
오늘도 나는 오르리 맨몸뚱이로
산에서 만나는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그대로 눈더미에 묻힌들 뭐 어떠리.
랄라라 라~
5.언젠가는
"언젠가는"
난 이 말이 제일 서글퍼.
과거던 미래이던.
과거의 언젠가 나는 이랬었지
미래의 언젠가는 나는 이런 모습일 거야.
어느 드라마의 대사야.
생각해보니 과연 그런 느낌이 들어. 언젠가는
그 언젠가에는 무언가가
지금 보다 달라져 있기를 바라는 거지.
좋은 의미이던, 혹 안 좋은 의미이던 간에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연민
이루고자하나 이루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함.
아니면 어떤 확신?
무엇이 되던
언젠가 무언가는 되었었고
언젠가는 무언가가 되고야 말겠지.
불확실성은 항상 사람을 설레게도 하고
불안에 떨게하기도 하고
희망에 부풀게도 해.
이 말에 서글픔이 깃들어 있다니
그건 아마 이루지 못할 무언가가
원초적으로 잉태되어 있다는 것인지도 몰라.
언젠가는, 언젠가는
우리는 모두 멀고도 먼 저 나라로 떠나야 한다는 것.
그게 서글픔의 本末일 거야.
6.제이, 너는 좋으냐
제이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양화대교 다리 아래 한강물은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나의 빈 의자엔 낙엽만 쌓이는데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원처럼 운다.
님이여 오라, 태양이여 다시 빛나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그대로 있네.
제이
너는 좋으냐 낙엽밟는 소리가
영화대교 다리 아래 한강물은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은 돌아오지 않는다.
삶은 왜 이리 고단한가
사랑은 왜 이리도 미련한가
나의 빈 의자엔 낙엽만 쌓이고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그대로 있네.
7.Hell 수채구
여기는 구채구가 아냐1
수채구야.
하고 많은 자리에
하필이면 수채 구멍에 터를 잡을 게 뭐람
하기야 물 걱정, 양식 걱정은 없어
온갖 거리의 먼지, 오물 찌꺼기
강아지 오줌에 술취한 자의 토사물...
그래도
청소부 아저씨, 너무 흘겨보지 마
여긴 그냥 놔 둬 줘.
남들에게 피해 주는 건 없잖아
난 할일이 있단 말야.
번식을 해야 해
내년을 위해서 지금 할 일을 해야만 돼
비록 창살 속이라도
더 이상 위로 뻗을 수 없는 상황이라도
희망이 있어
내 집이 있잖아. 그리고 가끔
들여다보는 놈도 있고.
이렇게 꽃도 피웠잖아.
여긴
Hell 수채구가 아니라구.
8.자취
눈도 귀도 없는 놈이
어디를 향해 가는가
보이지 않는 본능으로 옮기겠지만
그 모습 힘겹다.
한 놈은 자갈밭에
한 놈은 먼지 이는 흙길을
세월을 벗 삼아
마냥 기어간다.
네 갈 곳은 어디인가
황토있는 낙원인가?
이미 기어나온 곳이 풀숲인데
더 나은 곳을 찾아
말라죽을 각오로 모험을 한다
습지를 찾던 짝을 찾던
목숨을 걸만한
지향이 있으니 가치가 있다.
더구나
길게 길게 발자국을 남기는데
그 모습 지켜보는 개미
감히 달겨들지 못한다
앞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
살아서 자취를 남긴다는 것
그 자체가 생동의 기운이다
함부로 할 수 없는
지렁이 가는 길.
9.호박꽃도 꽃이라오
탐스럽기는
노오란 꽃잎이 활짝 벌어진
서양년들 웃을 때 벌어진 아가리만큼이나
시원스런
어쩐지 꽃이라 하기엔
너무 지나쳐
그래도 꽃은 꽃이지 뭐
남녀유별은 孔孟에만 있는 게 아냐
태생부터 암수가 달라
여늬 잡것들과는 격이 다르지.
홀로는 열매 맺지 못하고
벌나비가 중매를 서야만 수태가 되니
품위가 한 수 위라
세월이 하 수상하여
인간이 벌나비를 대신하니
그 정성 지극하다
꽃말이 포용이라던가?
수술이 암술에 닿는 순간
훔찍 놀라 오무리는
사랑의 용기
담장 밑에 심어
함부로 지나치던 꽃
누가 일러
호박꽃도 꽃이냐고 비웃겠나
10.신당동 부루스
참으로 오랫만일세.
신당역 대합실.
오랫만이여. 아직 안 죽었구먼.
별 일 없냐?
많이 들 늙었구먼.
넌, 그 길던 머리. 왠 일로 잘라 버렸냐?
응, 세월이 가면 뭔가는 달라지는 거지 뭐.
그러냐?
신당동 중앙시장
이곳에도 중국인들이 몰려드는 것 같군.
중국인 상점, 환전소 등
그 중국인들 안 다니는 곳이 없네.
족발집
주인은 손님이 오는 지, 가는 지 신경도 안 쓴다.
족발 한 접시 시켜놓고, 소주만 마신다.
새삼스레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3년 만에 만난 친구는 이빨이 몽땅 빠졌는데,
이는 중국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이라고.
매일 석회 섞인 물만 마셨으니 이빨인들 배겨내겠는가?
본 부인과 이혼을 하면서 까지,
중국 유학을 함께 한 여인이 혈액암에 걸려 힘들다는 얘기.
그러냐? 그거 어떻하냐?
네가 배운 한의학 지식으로도 안 되냐?
박사가 그것도 해결 못하냐?
허.
또 한 친구는 10년여 만에 만났으니 무슨 애틋한 사연이 있겠나?
마누라 아프다는 얘기,
그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익히 들었지.
아직도 그 고생을 하고 있으니 이를 어쩌나. 평생을 한결같이,
마누라 뒷바라지, 그 인생 험하고 서운하다.
그 부인은 어찌 보면 행복한 여인이야.
신당동 브루스
이 나이에 몸으로 벌지 않으면, 먹고 살 방법이 없으니, 인생이 뭐 이런가?
꿈에도 생각 못했었지. 이리 될 줄은....
국가 혜택도, 자식이 있어 안 된다고 하니, 방법이 없지.
자식이라는 것도 저 먹고 살기 바쁜데...
무자식이라면 정부 지원으로 그나마 최소 생활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있는 자식을 없다고 할 수도 없고...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처음에는 그냥 살라고 하다가,
이젠 월세를 올려 달라고 하니, 방법이 없네.
저 바닷가 전라도 해남에 사는 친구가 한 번 와 보라는데,
거기에 가서 살 길을 찾아 봐야지 뭐.
맨날 지방으로만 돌아다니니 어떻하냐?
인구가 많은 서울이, 그나마 하루벌이 인생들에게는 나은데...
밤은 깊어 가고,
십여 년 전의 당당함은 다 어디로 갔나.
우리의 서글픈 곡조는 왕십리 밤거리로 넘어간다.
아무 맛대가리(?)없는 족발에 소주만 들이켰으니 속인들 편하겠나?
오랫동안 5명이 친목회를 하면서 모아놓은 돈을 가져다 쓰고,
갚지 못해 미안해하는 친구.
그래도 그럴 수는 없었는지.
미안 해, 반의반도 안 되지만,
이것으로 끝냈으면 좋겠어.
다른 친구를 통해 봉투 하나 건네주네.
됐어.
뭔 새삼스레.....
못 이긴 체 뒷주머니에 챙겨 넣는
20년 백수
초록은 동색이라
결국은 똑같은 곡조 슬픈 인생들.
그래도 헤어질 땐 아쉬워
다음에 또 만나야지.
암.
잘 가. 몸조심하고
어데 가던지 연락 해.
알았어.
다시 만날 날
그게 어느 때 쯤이나 될런지...
11.가지꽃 고추꽃
가지꽃
보라색 꽃잎에 노오란 수술
동전만한 조그만 꽃
고추꽃 또한
볼품없기는 마찬가지
만발한 벚꽃처럼 무리 짓지도 못하고
우아한 목련처럼 크지도 못하고
군자연한 연꽃처럼 향기 은은ㅎ지도 못하고
남들 다 피어
아름다움을 한껏 뽑낸 뒤
밭 모서리에서 수줍게
고개 숙여 피어난 꽃
나비가 찾아올까 벌이나 찾아 줄까
못난 진딧물, 나방이나 달겨들어
농부의 농약 치는 수고로움만.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랴.
꽃 시들자 열매 맺으니
아낙의 얼굴 홍조에 부끄럽다.
어쩜 이리도 잘 생겼누
우리 신랑 것보다도 ,
뒷집 총각 보다 야무지기도 하지.
작은들 어떠랴
고것이 매웁기는 어찌 그리 독한고
酸收辛散이라
몸매 만드는데
이처럼 좋은 게 없다네.
이쯤 되면
늙은이들 시샘을 한 몸에 받지
저 년은 엎어져도 가지 밭에 엎어진단 말
죄 없는 며느리들 한 소리 듣긴 마찬가지
상추쌈에 고추.
된장에 푹 찍는
며느리.
저 년이 우리 아들 죽이려카나.
그렇더라도,
그건 사랑의 또 다른 표현
고추, 가지
넉넉한 여름 밥상
푸짐함이 이에 더할 것 없다.
세상은
꽃을 피워도 열매 맺지 못하는 것도 있고
열매를 맺어도 쓰이지 못하는 것도 있다네.
12.나를 잊지 말아요
물망초
나는 잊지 않았는데
그대 나를 잊었나.
비 내리던
찬란했던 그 해 여름
그대 내 귓볼을 잘근잘근
예뻐해 주던 날
헤매는 듯, 갈구하듯,
내 눈을 응시하며 말했지
Forget me not
나는 그만 아득 했어
그 말의 훗날이 보였던 거야
아. 안돼
헤어져 잊혀짐을 전제한
이 꽃
흰 실타래 이고
다시 찾은 바닷가
그 여름의
비에 젖은
물망초를 만났네
내 귓볼
상기도 아련한데.....
13.지렁이 찬가
비가 내리자 지렁이가 외출했다가
이내 햇빛이 나자 그만 기진해 버렸다.
이 틈을 놓칠세라
개미들이 모여들어 성찬을 즐긴다.
지렁이는
위로 마른 흙을 먹고 아래로 누런 물을 마시니1
청렴한 선비라도 지렁이만 하겠느냐
맹자도 지렁이를 칭찬했다.
암수가 한 몸에 있어 세상 부러울 것 없고
땅을 거름지게 해 식물에 이롭고
닭의 먹이가 되어 동물에 이롭고
낚시꾼들의 필수품이 되며
각종 약제, 화장품 원료로 인간을 돕는다.
살아서 청렴하고 죽어서 몸으로 보시하니
이보다 훌륭한 삶이 어디 있나?
오염되어 쓸모없는 땅에
가축분뇨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는
지렁이 양식장을 만들고
그 옆에 닭을 기르고
닭장 옆에 삼계탕집 열고
그 옆에 원료 가공공장.....
환경 정화에 순환 농업이 별 것인가
6차 산업이 따로 없다.
부정하고 추한 세상
지렁이 같이
청렴하고도 징하게 살아 봄이 어떠한가?
14.대추꽃 당신
온갖 꽃 만발하는 5~6월을 보내고
이제 한여름.
이 시절 피는 꽃이라야 들판의 잡초. 그리고
오이, 고추, 콩... 꽃
과실나무
밤. 배, 감 ...
꽃은 지고 열매가 아장 맺혔는데
뒤늦게 대추가 꽃을 피우네
그대는 붉어 큰 씨 하나
붕알이 굵고 단단해
조율리시. 조상께 바치던,
온갖 약재에 빠지면 안 되는 보배
그 꽃은 어찌 이리 보잘 것 없는가
뭇 꽃 앞에선
못생긴 여자가 西施를 대하듯
그러나
그대의 방망이 야무져
임금님 수레의 굴대가 된다고
하늘은 만물에 친하지 않아
오직 덕 있는 자만 돕는다 하였는데
과연 그대가 그러하지 아니한가.
일찍이 슬픈 '접시꽃 당신'은 있었네만
그대는 다른 대접을 받을 날 있으리
나에게로 부터 그대는 사랑스런
'대추꽃 당신'
15.지짐이집 연가
흰구름 두둥실 둥실
공원 정자에서 바둑을 둔다
신선이 따로 있나
술시가 되니
목구멍 달래려 가는 발길 가볍다
갓 지진 지짐이에 시원한 막걸리
이국적 미모의 안주인
반겨 맞는데
그 옆의 소도둑놈만 없다면
바로 ...
아쉽기만 하다
삼베 옷 풀어헤친 내 가슴을 보며
눈을 어디에 둘지 모르겠어요.
웃는 덧니도
아, 어쩌나
허리에서 가슴으로 입으로
다음에는 눈으로
세월의 관점이 달라진다는데
양기가 눈에 뻗친
나.
바라만 봐도 행복하다
그 모습 갖고 싶어
핸폰 들이대니
발갛게 상기되어
수줍은 미소
또 올 게요
지짐이집
이태리계 여주인
16.꽃위의 꽃
花上花
비록 별나진 않지만
가상해, 사랑스러워
더 이상은 모르겠네
그 표현할 단어를
그대는 숱한 뭇 무리 중
그 중에서도 사랑스런 사람.
세파에 그냥 휩싸인들
무슨 흉이 되겠냐마는, 그래도
무언가를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익히려 하네.
무엇이 되려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였는가가 生의 목적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네.
저 이름 모를 꽃 한 송이
수 많은 꽃들 중에
무슨 사랑스러움이 있으랴
다만 무리 중에 오똑이 솟아
눈에 뜨였을 뿐
스쳐 지나가는 눈길에는
그저 그렇고 그런
초여름의 들꽃에 지나지 않은 것을
그나마
맨발의 무지랭이1 눈에 띄여
이름을 얻으니
그것으로 열흘 생애는 보람이 아니겠나.
그대는 花上花
비록 별나진 않지만
가상해, 사랑스러워
17.밤꽃 필 무렵
앞산 뻐꾸기 뻐꾹 뻐꾹
뒷산 布穀이 뻐뻐꾹 뻐꾹
짙은 밤꽃 향내
떠난 님 그리워라
뻐꾹 뻐꾹
뻐뻐꾹 뻐꾹
望帝는 죽어 두견이 되었다지
밤꽃 향내
떠난 님
님은 죽어 밤나무가 되었나
그리워
백일기도
지난해 栗谷山 그 땡중
밤꽃 향내
뻐꾸기 뻐어꾹 뻐꾹
떠난 님 薦度(천도)해 드리라 하네
18.내게 묻거든 次陳繼儒韻
누군가 내게 묻거든
하릴없이 빈둥대는 내게 어떻게 지내느냐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일이 대답하는 것이 귀찮아 몇 개의 카드를 만들어 사립문에 꽂아 놓고
질문의 답을 대신하려 한다.
문: 무엇이 좋아서 이 산골에서 은둔생활을 하나?
답: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그냥 그대로 있으니 그게 좋아 여기 산다오.
문: 무엇을 하며 지내나?
답: 열매 따고 뿌리 캐며 낙엽 쓸어 겨울 장만하고, 비오는 밤에는 독서三餘를 즐긴다네.
문: 무엇을 하는 학자길래 독서삼여를 즐긴다 하시오?
답: 학자는 무슨 놈의 학자. 그냥 그걸 베고 잠을 청할 뿐이라오.
문: 어떻게 양생하며 늙음을 맞이하는가?
답: 하루 한 끼로 만족하며, 술동이 거품이나 건지면서 늙음을 맞는다네.
문: 어디를 다니며 무료함을 달래나?
답: 人間到處有靑山이라 어디간들 즐겁지 않으리오.
19.만남
점심이나 같이 하자
두어 시간 달려가
이십여 분 만에
국밥에 소주 한 잔, 그리고
악수하고 돌아왔네.
그 무슨 한가함의 낭비냐고
그대 웃지 마소.
태산 같은 情懷
눈길 한 번에 풀었으니.
20.늙은 백수의 노래
노땅가 (늙은 백수의 노래)
나 태어나 이 강산에 늙은이 되어
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반백년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이뤘느냐
나 죽어 이 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白首로 過勞死할 조까튼 이 내 인생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 마라
너희들은 당당한 백수의 자식이다
좋은 옷 입고프냐 맛난 것 먹고프냐
아서라 말아라 백수 아들 너희로다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백수로 과로사할 개 같은 이 내 인생
내 평생소원이 무엇이더나
손주들 손목 잡고 백두산 구경일세
꽃 피어 만발하고 활짝 개인 그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 내 청춘 다갔네
아 다시 못올 흘러간 내 청춘
베적삼에 실려 갈 조까튼 이내 인생
푸른 하늘 푸른 산 푸른 강물에
누런 얼굴 흰 수염에 꽁지머리 걸어가네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이뤘느냐
손주들 손목잡고 백두산 구경가세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백수로 과로사할 개같은 이내 인생.
21.산수유2
좋긴 좋은데, 산수유
늦가을 찬비에 몰골 시들어
달랑 달린 몇 알
인간을 위한다는 너는
공원 벤치 늙다리 사내는
외면한 채, 들쥐
그 숫컷의 고환만 살찌웠을
뿐이다. 가공할 번식력을 위해.
망각된 사명
이걸, 그냥
불쏘시게나 해 버려?
22.陋巷에 가을은
陋巷에 가을은 깊어만 가는데
양지쪽 늙은네들 자식자랑 끝이 없네.
내 아들은 박사 네 딸은 의사
뒷바라지에 등골 휜 걸 벌써 잊었는지.
이 축에도 못낀 응달 저편의 노인
이 놈의 공원은 왜 담배도 못 피게 하는가.
마른 침 퉤퉤하며 낙엽만 비비는데
싸늘한 옷깃 여미는 손 거칠다.
23.書友를 보내며
문득
강물에 발을 담근 날
꽃 한 송이 흘러와 발끝을
간지럽히고
그 강물 연적에 담아
묵향에 어울릴 때
그만 숨이 멎었었지
오늘밤
달무리 지는데
이윽고 큰 비 내리면
長江 긴 물가 어느 곳에서
그 꽃송이 다시 만날까
24.연신내 블루스 2
술잔이 빈 채로 달을 맞게 하지 말라며
거푸 잔만 비우는 친구
도대체 무슨 일이 있오?
채근 끝에
내밷는 한마디
우리 마누라 아파.
재작년부터인가
아는 이는 다 아는, 그러나
아무도 묻지 않은
그냥 덮어두고 싶었던 아픔.
헤쓱한 피곤함이
눈가에 맺힌다.
어떻해
위로는 가진 자의 자기연민일 뿐
속 시원히 털어 놓소.
내려놔야 풀리지. 그러나
침묵은 천 가지 말을 하고
만 가지를 암시한다.
앞지른 예감
행여 맞으면 어쩌나.
음악도 메마른 퀘퀘한 지하 술집
거드는 손 마다하며
걱정 마시오.
비척비척 밤거리를 나서는데
아. 블루스
지금,
여기 이 사내를 적셨으면.
25.세상은 살 만한 것.
추억만 먹고 살아도
평생 배부른 사내와
추억이랄 자체가 없는
평생 부족한 사내가
서로 만나
서로 다른 세상을
서로 다르게 우기고 있다.
그래도
같은 극끼리는 밀쳐내도
다른 극끼리는 끌어안는다고
이게 동양적 生剋이고
증명된 과학이라고
그래서
세상은
살 만한 것이라고.
26.연신내 블루스1
부둥켜안을 여인도,
휘감아 도는 치마폭도 없는
절정을 지난 시간
손님 떠난 빈자리엔
동근 의자만 나뒹굴고
추억을 안주 삼기엔 아직은 이른
배낭 멘 노땅
홀로 잔을 기울인다.
막장 드라마
언놈은 멋진 바에서
향내 짙은 술 홀로 마신다마는
마시는 것이 반드시
그래야만 되는 것은 아니지.
양은 주전자 알루미늄 잔
망연히 부어놓은 젖빛 곡주
고개 숙인 사내의 어깨 위에
주인네의 푸근한 손길이
따습다.
그 귓가엔
꽃피던 시절
흥얼대던 느린 가락 스치는데
블루스는 명동에만 흐르나. 연신내
복개된 개천에도
아릿한 여운이 흐른다.
아,
연신내 블루스.
27.산수유1
내 고향 돌담길은
산수유 길
새벽이슬에 열매 더욱 붉고
남자의 열매
늘그막 여인들
다투어 따고 있네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힘 좀 써 봐유'
꾸밈없는 홍소가 시원하다.
정성의 끝은 어디인가
아쉬움 속의 원망
남들은 좋다는데...
쏘시개로도 못 쓸
저놈의 나무
패 버려야지.
죄없는 죄 머쓱한 영감탱이
뒷간 저편에서
'그만 혀'
구름산 바라보며
슬며시
도끼자루 감춘다.
28.言表內的 行爲
내가 許했나
그니가 諾했나.
괜찮아?
끌어안은 순간은 영원 같았어
괜찮지?
가슴은 달아오르고 숨소리 멎네
괜찮겠어?
원망하는 듯 슬픈 표정
순간
눈퉁이에 심한 충격 날리고
그니는 가버렸어.
묻긴 뭘 물어?
그니의 언표내적 행위
뒤늦게 알았다네.
낙엽 구르던 날
문자 한 줄 날아왔어.
名馬는 지나온 풀을 먹지 않는다.
모든 게 다 끝난 거야
머리를 벽에 부딪쳐 후회해도
그 돌머리 변하지 않고
눈퉁이를 쥐어박아도
그 동태눈 흐릿한 것 변하지 않네.
멍청하긴!
29.매미의 恨
깊은 땅 속.
모진 세월 견디다가
애벌레에서 羽化할 땐 그 땅 밑도 좁다고 설레었지
이윽고 날개 달고는 세상 높은 줄 모르고 노래했네.
한창 때는 임금의 翼蟬冠 되어
君子로 상징되기도 했어.
삶은 부질없는 짓
단 열흘 즐거웠을 뿐
생의 임계점 빨리도 다가오네
짝짓기 끝났으니 이제 떠나야만 돼.
그 잉태된 먼지 같은 씨앗
흙 속에 뿌려놓고사라져야 하네.
그 씨앗,
다시 칠팔 년
나와 똑 같이 운명 지워지는
同種의 한을 어찌하리
어두운 땅 속
굼벵이, 땅강아지. 고슴도치.
수 많은 천적
그 속에서 백에 한둘 살아 남을까
너를 두고 어찌 눈을 감을 수 있나
산다는 것은
生하는 것도 아니고 소멸하는 것도 아니라는데
솔방울 안고 몸부림치다 떨어지니
그곳이 나의 종착역
저만치서 검은머리 짝꿍
恨스레 울고있네.
매엠 맴...
맴돌지 마
30.肉體의 嘆
주인님
나 좀 꺼내주세요
답답해 죽겠어요.
이게 도대체 몇 달 째입니까?
이 속에 가두어 놓고 빼내주지 않으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무심도 하십니다
새벽마다 그렇게 몸부림쳐도,
그리고하루에도 몇 번씩 변죽을 올려도
주인님은 모른 체 하십니다.
장강의 앞 물도 뒷 물이 밀면
어쩔 수 없이 밀려간다는데
밀려가기는 커녕 가로막고 있으니
이 노릇을 어찌합니까?
몸은 마음을 따르는 법
마음은 이미 無何有之鄕을 떠도니
제 아무리 애써 봐야 소용없지요.
차라리 고사리나 많이 드세요
몸에 좋다는 건 놓치지 않고 드시면서
그리하여
나를 생동케 해 놓곤
모른 체 하시다니...이윽고
어느 날 제방 뚝 무너져
갇힌 물 奔流되어
아무 곳에나 내 쏟아 흐르면 어찌하려오?
더 이상 미루지 마세요.
요 며칠 낌새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셨나요?
앞으로 점점 더 그 강도가 높아 질 거에요.
주인님
엄포가 아니랍니다.
퇴적물 쌓여 河床에 모래 쌓이면
그 강물 담을래야 담을 수 없어요.
메마르고 강줄기도 없어져 거친 황무지 되면
그때 가서 후회해야 무슨 소용 있나요?
따지고 보면,
지금 몸부림치는 이때가 좋은 때랍니다.
간밤 무서리 내려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 시들 즈음이면
그만 할 말도 잊게 됩니다,
그러니
주인님
어서 몸을 푸세요.
제발, please.
31.새가슴
내게 화공의 재주가 있다면
아름다운 모습 화폭에 담아
내 염통을 뚫고 넣어
그대의 뜨거운 숨결 느낄 수 있으련만,
내게 글쟁이 재주가 있다면
사모하는 마음 싯구에 담아
내 전두엽을 뚫고 넣어
그대의 무심한 사랑 한탄하련만,
내게 앵무새 재주가 있다면
끝없는 그리움 노래에 담아
내 혀를 갈라 넣어
그대 향한 연가 목매어 부르련만.
내겐 화공의 솜씨도
글쟁이의 재주도
앵무새의 목소리도 없다.
가진 건 그대 향한 발딱발딱 새가슴 뿐.
파괴의 신 시바에게 빌어볼까
풀처럼 여린 새가슴에 늑대의 털을 덮어달라고
그리하여 그니
딴지걸어 자빠뜨....
헛된 몽상
상열지사 엮기도 전에
언놈이 부르는 醋(초) 치는 送歌
귓가에 우뢰처럼 들린다.
비 개인 강언덕 녹색풀 짙은데
그대 보낸 일산벌에 슬픈 노래 더하고
행주강물 언제나 마를까
그리운 눈물 해마다 더해지니.
곡조는 끝나고
젓가락 휘어져
지짐이 삼합 위에 탁배기 쏟아 봐도
무심한 빗방울만 눈썹에 떨어진다.
영심아!
32.만남
남자는 그녀와의 아름답던 시절만 추억하고
여자는 그니와의 추한 과거만 회상한다지.
그러나 그 가설은 틀렸어.
하늘을 찌를듯한 마스카라
쥐어터진 것 같은 푸르딩딩한 아이섀도우
지나치게 솟은 콧날.
사정없이 깎아내린 턱뼈에
젖꼭지가 드러나는 움푹 패인 부라우스
팬티가 슬쩍 슬쩍 보이는 짧은 치마
16쎈티의 굽 높은 구두를 신은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
"꺼져"
뾰족한 구두끝으로 사정없이 그니의 무릎을 걷어차며 소리쳤지.
일터도 집터도 그리고 마지막 남은 체액의 한 방울까지도
그녀와 함께 사라져버렸어.
천지가 변한다는 세월
무릎에서 흘러내리는 진물
절뚝거리며 길거리를 헤맸지.
치킨집 닭뼈를 모아
그걸 고아 무릎약 겸 끼니를 해결했어.
아, 씨바. 그래도 그때가 좋았는데...
매미가
마지막 울음을 끝내고 나무 밑으로 떨어지는
공원길 저편
언듯 보이는 눈에 익은 모습
멀리서 머뭇머뭇
그리고 한참을 더 머뭇머뭇
함부로 쥐어 감아올린 헝클어진 머리
십 리나 들어가 움푹 패인 한쪽 눈
주저앉은 콧날
비뚤어진 입술
헐렁한 철 지난 웃옷
그리고 때 낀 스리퍼
어이없어 하는 그니의 눈에 대고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어.
"그 새끼 죽여버릴 꺼야"
차라리 눈물이나 보이지.
차라리 코나 훌쩍거리지.
차라리 외면이나 하지.
결국은
부등켜 안고 말았어.
처음에는 가볍게, 그리고는 점점 더 깊고 깊게
"아무 말도 하지 마."
이 무슨 개같은 운명인가.
하늘 저편이 흐릿해졌어.
떨어진 매미가 마지막 힘을 다해
그니를 향해 울었어.
"매앰 매앰".
"그맴 그맴....... 그만 그만......”
33.꽃잎 하나
꽃잎 하나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사랑이란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꽃잎 하나 되는 것
개구리 잠 깨는 우수경칩부터 잔인한 4월까지
조선 팔도 산과 들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온갖 꽃들 하늘하늘고운 색동옷 입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꽃들은, 일단 제 몸 몽올몽올 터졌다하면
하염없이 자신을 바람에 내 맡기는 것
새봄 왔네 즐거워 머리에 꽂고 다니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잎 낙화되어 떨어지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꽃잎 하나도 되지 못하였지
생각하면
사랑이란
나를 시들게 하여 떨어지는 일
거친 세상에 메마른 가슴 쓸어 앉은 서러운 나무 아래
나 아닌 그 누구가 마음 놓고 사랑할
그 꽃잎이 될 줄 몰랐네. 나는
34.귀밑머리
1.
그건 시작이었어.
아무렇지도 않게 한 움큼 쥐어 틀어올리면
몇 가닥 남는 귀밑머리
바람 불어 나부낄 때 그건 기다림이었고.
귀고리 조차, 희롱할 땐 그건 고문
괴로운 몸부림 되었지.
매만지며
멍하니 응시할 땐 가슴 졸이고,
수박 웃음 터질 땐 세상을 다 얻었었지.
면사포에 가리운 체,
흐릿한 눈, 그건 아득한 나락
덩 덩 종소리 멀어졌지.
2.
검은머리 매미
반백을 향해 울어대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헝크러진 머리
낙엽 딩굴 듯 찾아와
의미 없는 미소
그렁그렁
마주친 눈 피하며
매만질 때.
아.
그건 아릿한
차라리 심연 속에 버렸어야 했던
천 근 石鐘이였어.
떠오르지 말아야 할
그 바위 종소리, 보글보글
기포되어 올라오네.
귀밑머리 매만질 때
35.송년 시
野望의 붉은 혓바닥이 널름대는 도시의
차가운 등불 저 뒷편에
세월의 무게를 한 가득 진 사내가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다.
shouting!!
질러라! 모든 것을 내 뱉아라!
눈가에. 귓가에 배두대간 주름.
관자놀이 검버섯.
누가 이 사내를 낭만이라 했는가?
천정을 향해 질끈 감은 두 눈.
꽉 잡아 움켜쥔 두 손.
그것은 놓치고 싶지 않은 미련의 또 다른 몸짓.
"푸르고 푸른 고향의 잔디야~"
野望이라는 혓바닥을 가져보지도 못한 사내의 눈엔
도시의 빠알간 속삭임보단
산 위의 반달을 가로지르는 밤 기러기의 울음소리가.
도시의 휘황한 불빛보단
풀밭을 나는 개똥벌레의 영롱함이
더 아른대는데.
심하게 뒤로 젖힌 짧은 모가지가
오늘따라 더욱 힘이 들어가
목청 다해 내질러도 지난일은 다시 올 리 없고
안개 같은 뿌연 눈물 목소리에 떨린다.
그래도 忘年보다는 送年이
희망을 기대하기에 어울리는 말.
가는 해의 뒷모습을 소리 질러 배웅한다.
36.매연
겨울비 차갑게 내리는
연서 시장 지하철 입구
우산 받쳐 들고
오가는 눈길 피하려
담벼락 마주한 채
고래 吸水하듯
상기도 이팔 어린데
지그시 감은 눈
세상일 모두 겪은 듯
깻묵 흩친 얼굴에
후-
송아지 콧김 같은 뽀오얀 연기.
무슨 사연 그리 깊어
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매연을 내뿜고 있나.
매친 년.
노점상 할머니,
팽. 코를 풀어 던진다.
37.배내 똥
안절부절. 왠지 가슴이 떨리고.
일 마치자마자 집으로 돌아와. 식구들 저녁상 차려놓고.
빨리 가 봐야지.
생각지도 않게
목석같던 남편이 같이 가자하네.
공주 길 먼 길.
열 시 넘어 도착한 친정집.
캄캄한 집안. 건너방에 불빛 하나. 어린 조카 공부하다 잠들고.
사랑채. 인기척도 없는 캄캄한 방.
방문 넘어 흐끄므레 .
불을 켜니 노인네 희미하게 반긴다.
일 나가 아무도 없는 빈 집을
몸져누워 몇 년. 혼자선 불도 켜지 못하고
누군가 기웃거려주길 기다리는
수많은 날들.
죽음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외로움.
아부지. 어떡해.
얼른 물 데워 목욕시키니.
이미 열린 항문에 토끼 똥 같은 작은 덩어리 몇 개.
당신 엄마 뱃속에서 나올 때
저 오장육부 깊은 곳에 감추어 두었던.
배내 똥.
그것은 삶의 끝에 내놓는 마지막 배설.
왈칵 서러워 하염없이 운다.
들릴 듯 말듯. 울지 마.
오늘밤 곁에 있고 싶지만. 사는 게 뭔지
삶의 밧줄에 목이 걸려 다시 가야해.
새벽 4시. 겨우 겨우 잠들었는데
전화 벨 소리. 아. 올 것이 왔구나.
이어 수화기에서 들리는 울음소리.
하룻밤 머물지 못한 게 한 되어 맺힌다.
잘 가유. 아부지. 엄마가 지둘려유.
빗줄기도 꽃상여 멜 때쯤엔 개었다.
38.칠갑산
콩밭 매는 아낙네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이팔에 시집와서 스물에 서방 잡고
멸시와 매질을 견디었지.
남은 것은
모진 시어미,
휘휘 둘러도 걸릴 것 하나 없는
찢어진 가난.
한낮의 콩밭은 왜 이리 뜨거운가.
젖먹이를 칡넝쿨로 나무그늘에 묶어놓으면
사방 동그랗게 동심원을 그리고
젖 물리고 땀 식히던
가슴 저민 모정.
의지하던 피붙이 하나.
그거 하나 바라고 모진 세월 살았는데, 그 자식
얼굴도 모르는 애비가 그리운지
훌쩍 가버리네
생떼 같은 자식
널빤지에 둘둘 말아 지게에 실려 보내놓고
박복한 년
한 눈엔 서방에 대한 한이
다른 눈엔 자식이 밟힌다.
울고
울고,
또 울어.
그니의 한쪽 눈알 빠진 것도 몰랐지.
해가 졌는지 어둠이 깔렸는지
시어미 악쓰는 소리에 정신이 든다.
외눈으로 보이는 건,
초점 어긋난 세상.
이승인지
저승인지.
오른쪽 구멍에서 흐르는 피가
칠갑산 콧마루를 넘어
왼쪽 눈에 흐르는 눈물과 만나,
피눈물.
콩밭 매는 아낙네 베적삼을 뻘겋게 적시더라.
39.실존은 본질에 우선 한다
전깃불 하나 둘 꺼져가는 시장 통을
하릴없이 돌아서는 발길.
길가에 즐비한 포장마차
형광불빛에 꼼장어는 더욱 붉은데
꼬깃꼬깃 주머니 깜냥하며,
멀건 웃음 흘린다.
오늘도 허탕.
내일이란, 내겐, 오늘의 어제 같겠지.
희미한 골목길
깨진 보도블록
발로 찰 필요도 없이 항상
열려있는 쪽문. 도대체
이 집에 몇 가구나 사는지.
처마 밑 평상에 웅크리고 졸고 있는
아내.
잠 안 자고 뭐해?
짐짓 타박하며
별도 없는 하늘 쳐다본다.
아, 씨바. 사는 게 뭐 이래.
누가 말했나.
실존보다 우선하는 게 없다고. 그렇담
이 흔들림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아마도 저승 같은 본질이겠지.
40.자전거
시작도 전에 아득한가.
숨도 거칠지 않은데.
뒤돌아 힐끔 인다.
한 뼘도 안 되는 거리
쉬명 가명 될 것을.
행여 뒤질세라
허겁지겁 발 구른다.
단 백년도 못되는 우리네 길
찰나라 했다는데.
저 위해 가는 길을
누굴 위해 가는 양
오늘도 마지못해
길 위에 선다.
41.목련
고향집 마당에
목련을 심어야지.
주인도 몰라보고
짖어대는 똥개들 몰아내고
그 자리에
목련을 심어야지.
누가 반긴다고
잎보다 꽃이 먼저
봄이 왔다 함박웃음 짓는,
부귀와 양귀비를 사랑한 꽃망울, 그러나
너무 헤퍼
심하게 망가지는,
그나마 화려했기에
망가짐도 용서되는.
그런 꽃 목련.
넌, 한번이라도 만개한 적이 있었나,
무화과 같은 삶.
똥개 잡아 보신하고
고향집 마당에
모든 게 용서되는
그런 꽃
목련을 심어야지.
42.아직도 모른다
예전에 동네 총각들이,
헌 이불에 좆 걸리듯 한다는 말.
어린 나이에 그게 뭔 소린지도 모르고,
같이 따라 웃곤 했다.
잠버릇이 험하여 이불을 둘둘 말고 자다가,
어찌 잘못 잡아당겨 찢어져,
겉으론 안 보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 찢어진 곳에 손목도 어깨도 걸리고,
문득 이 말이 생각나.
이 찢어진 곳에 그것도 걸릴 수 있겠다.
더구나 새벽녘에는.
아주 심하게.
더 찢어지지나 않을까?
이 말에 웃음이 나니,
아직 한창 아닌가?
혼자 히죽 웃어도 본다.
그러나
아직도 모른다.
헌 이불에 그게 걸려서 뭐 어떻다는 것인지.
43.송년
나를 찾고 싶으면 운동장 가운데서 소리쳐 봐.
임진아~~~
두세 번만 부르면 바로 찾게 될 거야.
낮이던 밤이던.
운동장에선 누가 소리 질러도 상관 안 해.
소리쳐 봐.
임진아
.
.
.
네가 보고 싶을 땐 네 집 앞 공원에서
소리쳐 봐.
가지마.
근데,
소리쳐도 안 나오면 어쩌나?
나는 나타나고, 너는 안 보일 거라는
그리하여
너를 생각하는 나는 더 작아지고..
이 야속한 年아
보고픈 이는 안 보이고
멀리서 종소리만 덩~덩~ 울리겠지.
44.창밖을 보세요.가끔은
강아지가 뛰어가요.
공을 따라서
깃발도 펄럭여요
봄바람을 타고
아파트 사이로 기차가 지나갑니다.
진애 가득한 곳으로
에서. 넓은 들판을 향해
획 하고 지나가요.
눈에 보여요. 이젠
개나리의 희미한 미소가
그리고 스쳐가요.
순간의 모습들이.
창밖을 보세요. 가끔은
하늘이 보여요
깃발도
풀들의 미소도. 그리고
흘러가고
마주 오는
세월도 보이구요.
45.창가에 앉아
어둔 새벽 어스러이 학교 깃대 바라보곤
오늘 날씨 어떨까 가늠해 보네.
가로등 아스팔트 반짝이면 봄비 내리고
무리지은 흰색교복 여름 온 줄 안다.
성긴 귀밑머리 입술 간질이고
보이는 것 회색빛 유리처럼 또렷치 않네.
눈 비벼 책을 펴니 글자 겹쳐 두엇인데
문득, 고개 돌려 다시 하늘 바라본다.
46.모내기
책 한 줄 읽는 사이
농부는 논 한 배미 써레질하고
이웃 논 이앙을 끝내네.
아무리 기계 일이라 한들
앉아 읽는 책 한 줄보다 쉽기야 할까?
동트기 전 이미 넓은 논
갈고 써레 하여 모내기를 하였으니
저녁나절이면 이웃집 못자리 배미까지도 끝내겠네.
자연은 세상사 게으름을 경계하여
뿌릴 때와 거둘 때를 정해놓았다네
농사일 제철이 있듯
글 읽기 또한 그럴진대
흰머리 두드리며 돋보기로 읽는 글
철 지난 농사일같이 부질없을까?
여보, 늦깎이 書生이여
읽던 글 마저 읽으시게, 설마 한들
이삭 한두 줄이야 못 얻겠소?
47.천안함
차렷 !
경례 !
해병 210기 선임병으로
수병을 鎭魂하노니.
수병은 고이 잠드시라.
깊고 얼음 같은 찬 물속에 그대들을 보냈으니
분노에 떨어 가슴이 찢어진다.
수병이여.
사람이 죽고 나는 게 어디 인간의 뜻이리오.
하늘은 반드시 우리에게 사명을 주셨으니
그 사명이 끝나는 날
우리는 그분의 뜻에 따라야 하는 걸.
옛사람이 이르되
사나이 전쟁터에 죽어, 말갈기에
그 목이 걸려 오는 것을 영광으로 알았거늘
그대 또한 그러하다
서러워 마라.
내, 술 한 잔 부으리라
그대들이 산화한 연화리 앞바다에.
인당수 험한 물에 효녀 심청
효성이 연꽃 되고
수병의 충성 蓮花 되어 이곳에서 산화했네.
아. 백령도 사곶 해변에서 북을 응시하던
노병은 이제 더 할 말이 없다.
수병은 고이 잠드시라 !
그대의 숭고한 넋
영원토록 이 나라의 수호신이 되리니.
차렷 !
경례 !
48.과학과 미래
임이 서 있습니다.
봄 같지 않은 세찬 바람을 맞으며 서 있습니다.
딱히 어딜 향해 무엇을 보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모자 밑 꺼먼 안경은 무엇인가요.
봉두난발입니다.
턱주가리에 흰 잡초가
바람에 따라 이리 쓸리고 저리 흩어집니다.
남신길 한 모퉁이에서
저 바람이 중국으로부터 불어와
이 땅에 먼지와 오물을 뿌리는데
중화라 자랑 말고 저 바람 속 오물이나 정화 시키렴
식량 자원 문화 군사 안보까지 걱정합니다.
임의 오지랖은 넓기도 합니다.
임의 입에 들어가는 건 무언가요.
족발과 '처음참이슬처럼'
임이 쏟아내는 건 무언가요
생구라. 그리고 마늘냄새 풍풍
그리곤 무얼 생각하나요?
아, 술 끊어야지
오늘도 얼큰하진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만족한 듯, 피곤한 듯
뭔가를 생각하는 듯, 아무 생각 없는 듯
집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밤길을 걸어갑니다.
저것이 나의 원본인간이구나.
30년 후엔 나도 저 같은 삶을 그대로 따라하겠지.
복제인간은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저 모습이 나의 미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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