梳髮 / 牧隱 李穡
短髮蕭蕭不滿梳 (단발소소불만소) 짧은 머리 듬성듬성 빗 대기도 미안한데
鏡中相對白無餘 (경중상대백무여) 거울 속 마주한 이 남김없이 하얗구나.
少年風采都消盡 (소년풍채도소진) 소년시절 모습은 모두 사라졌어도
豪氣誰知常未除 (호기수지상미제) 호기를 누가 알랴, 아직도 남은 것을 .
끊어져 짧은 머리가 듬성듬성하여 비바람도 막아주지 못하고, 터럭이 없으니 빗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이 모습을 거울 속에 비춰보니 그나마 온통 백발이라, 검은 터럭 하나 없다.
그렇더라도, 호기로움은 아직 하늘을 찌르는데 그 마음 누가 알아주나.
老人蟲 주책 부린다고 웃음거리나 되지 않을런지.
어쩐지 곡조가 슬프지요?
지하철 계단을, 걸어 올라갈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까 망설이는 순간부터 늙음은 시작된다.
그렇더라도 포병출신도 아니면서 三步이상 승차하고. 10km 단축 마라톤도 엄두가 나지 않고,
소주 한 병 이상 사절. 마누라 곁에 얼씬도 못한다면 이건 곤란하다.
마음은 매양 젊어 어린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들과 같이 공부하며 경쟁도 해 보고, 배낭여행도 같이 다니고.
게다가 마음은 아직 中天이라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고 싶고, 세계여행도 꿈꾼다.
그러나 세월은 白駒過隙(백구과극)이라 어쩔 수 없다.
한 손에 막대를 잡고 또 한 손에는 가시를 쥐고,
늙는 길은 가시 덩굴로 막고, 찾아오는 백발은 막대로 치려고 했더니,
백발이 (나의 속셈을) 제가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고려말기 禹倬의 탄로가嘆老歌 [원문]
손에 막 잡고 손에 가싀쥐고
늙길 가싀로 막고 오 백발(白髮) 막로 치려터니
백발이 제 몬져 알고 즈럼길로 오더라
이쯤 되면 목젖이 간질간질 술이 그리워지게 마련인데
아쉽게도 밤꽃이 질 때까지는 금주기간이다.
왜 하필 밤꽃이 질 때까지야?
아, 그건 밤꽃이 져야 과부들 마음이 가라앉듯,
오랜 세월 지친 몸과 마음이 그때쯤이면 정리 될 것 같아서지.
자세한 이유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렇게 하고 싶은 것뿐이야.
오늘도 거울을 보며,
듬성하여 빗을 머리칼도 없으니, 콧털이나 다듬지 뭐.
윗 글 梳髮 은 목은시고(牧隱詩藁) 제31권에 실려 있는 시다.
李穡 (1328∼1396): 고려의 유학자. 자는 영숙(潁叔), 호는 목은(牧隱), 이제현의 문인이다.
1348년 원나라에 가서 국자감(國子監) 생원(生員)이 되어 성리학을 연구하고 귀국하여,
공민왕 1년(1351)에는 전제(田制)의 개혁, 국방계획, 교육의 진흥, 불교의 억제 등 시정개혁안에 관한 건의문을 올렸다.
뒤에 그는 유학에 의거한 3년상의 제도를 실시하게 하였고, 성균관의 학칙을 개정, 김구용(金九容)·정몽주·이숭인(李崇仁) 등을 등용,
성리학 발전에 공헌하였다.
그의 문하에서 권근(權近)·김종직·변계량(卞季良) 등이 배출되니 조선 유학의 주도세력이었다.
牧隱 李穡. 圃隱 鄭夢周, 冶隱 吉再 이 세 분을 고려 말 三隱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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