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이 먹먹함을

甘冥堂 2017. 11. 28. 21:03

초등학교 2학년 말에

서울 이모님댁으로 유학을 갔지요.

이모님댁에서 초등학교를 끝내고

중학교 1학년을 외할머니댁에서 보내고,

중2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큰누나 집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분들 생활도 여의치않아 셋방을 전전했지요.

예장동, 충무로3가. 신당동. 왕십리. 북아현동, 하왕십리. 이문동. 성수동. 불광동. 마포. 응암동...


어리고 철없던 시절,

그 시절을 고향과 부모 곁을 떠나 객지에서 보내고.

그 생활이 그대로 지금까지 이어져,

Perpetual Traveller 영원한 나그네가 되었습니다.


지금이라면 어림도 없을 아득한 옛 얘기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짜리 손녀를 보며, 가끔 지난일을 추억도 해 봅니다.

저 어린 나이에 객지를 떠 돌았으니....

 

그 사이

외할머니도. 이모님도 돌아가셨습니다.

물론 부모님께서도 저 세상으로 가셨지요.


이분들의 하늘 같은 은혜에 고마운 마음 표현하지도 못하고,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 이별을 고하고야 말았으니

'나'라는 놈, 참으로 몹쓸 인간입니다.


背恩忘德

"검은머리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실감합니다.


 

여행에서 돌아오자 마자

큰누나가 무서운 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안 돼.

아직 80도 안 되셨는데...


오늘 누님 생일.

새우젓. 가을 추젓이 그러한 병에 효과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걸 생일 선물이랍시고 가지고 갑니다.

누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습니다.


오랫만에 웃었다며 굳이 문밖까지 나와 배웅을 하시는데,

이런 장면이 얼마나 계속되려나...

가슴이 먹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