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말조심

甘冥堂 2019. 5. 21. 09:45

座中談笑 愼桑龜 (좌중담소 신상구)

앉아서 서로 웃고 담소를 할 때에도

뽕나무와 거북이를 삼가하라!

 

장자에 나오는 좌우명이다.

 

아버지가 거의 죽어가는데 의원이 말하길

"천 년 묵은 거북이를 삶아 먹으면 나을 수 있다."

 

효자는 곧바로 바닷가로 가서 천신만고 끝에 천 년 묵은 거북이를 잡았다.

지게에 지고 오는데 너무 힘이들어 뽕나무 밑에서 졸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이런 말소리가 들렸다.

 

거북이가 거만하게 말했다.

"이 젊은이가 이렇게 애써 나를 잡아가도 아무 소용 없다네.

나는 불가사의한 힘과 영험을 가진 거북이라서 솥에 넣고 백년을 끓여도 삶아 지기는 커녕 죽지도 않는다네."

 

거북이의 얘기를 들은 뽕나무가 가당치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보게 거북이, 너무 큰 소리 치지 말게.

자네가 아무리 신기한 거북이라도 나 뽕나무 장작으로 불을 피워 고으면 당장 죽고 말 걸세."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거북이를 가마솥에 넣고 고았다.

그러나 거북이는 아무리 삶아도 죽지를 않았다.

그 때 효자는 집으로 올 때 뽕나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즉시 도끼를 들고 가서 뽕나무를 잘라

거북이를 삶으니 그대로 푹 고아졌다.

아버지는 이 약을 먹고 만수무강하였다.

 

위의 속담이 나온 유래다.

거북이도 뽕나무도 아무 말 안 해도 될 걸,

쓸데없이 헛자랑하다가 목숨을 잃었으니

말은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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