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오블로모프

甘冥堂 2022. 10. 13. 09:08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바라볼 '너'도 없고
물안개 피는 강가에 서서
작은 미소로 부를 '너'도 없다.

그렇더라도 잠이 깼으면 일어나야지.
일어나 책을 읽던지 컴퓨터를 켜던지
하다못해 밖으로 나가 걷기라도 해야지
그냥 침대에서 딩굴고 있으면 되겠는가?

큰일이다. 점점 게을러진다.
오블로모프처럼 하루 종일 침대에서 거실을 오갈뿐이다.
아무 생각 없다.

그러지 마시게.
몸은 움직일수록 부드러워지고
머리도 자꾸 써야 잃어버리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다는 건 득도한 큰스님들이나 하는 말씀이지
맹물 처사가 할 말은 아니지.

나혼산 7개월.
이제 이 짓도 서서히 싫증이 나기 시작하는가?
1년도 못버티고 손을 든다는 건 자존심에 관계되는 거야.


아름다운 꽃일수록
빨리 시들어 가고
햇살이 비추면 투명하던 이슬도
한순간에 말라버리지
일어나~ 일어나 ~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9시.
언능 일어나.
이 얼띤 처사야!


참고 : 오블로모프
러시아의 작가 곤차로프가 지은 소설.
지성과 교양을 갖춘 재능 있는 청년 귀족 오블로모프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오블로모프는 러시아 어로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1859년에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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