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화훼물리(花卉物理)

甘冥堂 2022. 10. 13. 23:51

<화훼물리(花卉物理)>
(화훼 : 꽃 화, 풀 훼)


이장선위(易長先萎)
만취득수(晩翠得壽)
쉽게 자란 것은 일찍 시들고
늦게 얻은 푸름은 오래간다.

봄꽃은 꽃잎으로 지고,
가을꽃은 떨기로 진다.
꽃잎으로 지는 것은 열매가 달리고,
떨기로 지는 것은 열매가 없다.

열매가 있는 것은 씨로 싹이 트고, 열매가 없는 것은 뿌리에서 나온다.

잎이 두꺼운 것은 겨울에 푸르니 동백의 종류이고,
잎이 큰 것은 일찍 시드니 오동의 종류이다.

나무가 큰 것은 잎이 작으니 홰나무의 종류이고,
넝쿨로 나는 것은 열매가 크니 박과 외의 종류이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열매가 없으니 모란의 종류이고,
꽃이 작은 것은 열매가 좋으니 대추와 오얏의 종류이다.

쉬 자라는 것은 먼저 시들고, 늦도록 푸른 것은 오래 산다.

내가 임원(林園)에 나무를 심어, 이를 징험해 보니 과연 그러하였다.
관물찰리(觀物察理)의 예지가 빛난다.

봄꽃인 매화나 벚꽃은 모두 꽃잎이 날려 떨어진다.
그런데 국화는 꼭지 째 말라 떨어진다.
매화에는 매실이 달려도
국화엔 열매가 달리지 않는다.

열매가 달리는 식물은 종자로 번식하고,
열매가 없는 것은 뿌리째 심어 새싹을 틔운다.

두꺼운 동백잎은 그 두께로 추위를 견뎌내지만,
후드득 빗방울 소리를 받아내는 오동잎은 제일 먼저 시들어 가을 소식을 알린다.

작은 잎이 모여 큰 나무를 이루고, 바닥을 기며 넝쿨로 자라지만
수박이나 참외는 열매가 큼지막하다.

모란과 작약은 꽃이 어여쁘나 열매가 없다.
꽃이 작은 대추나 오얏, 살구, 배, 사과에는 맛난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다.

우리네 인생사도 이와 같으리!

處世 不必邀功 (처세불필요공)
세상을 살아가면서 성공만을 바라지 말라
無過 便是功 (무과편시공)
과오가 없으면 그것이 바로 성공인 것이다.
與人 不求感德 (여인불구감덕)
남에게 베풀고서 그 덕에 감동하기를 바라지 말라
無怨 便是德 (무원편시덕)
원망이 없으면 그것이 바로 공덕인 것이다.
-채근담(菜根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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