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그리고 늦깍기 공부

燈火可親의 유래

甘冥堂 2022. 11. 17. 15:49


한유(韓愈)는 중국 초당(初唐)시대의 문인, 작가, 정치인으로 시문의 대가이다.
자(字)는 퇴지(退之). 한문공(韓文公)이라고도 한다.
중국과 일본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후대 성리학(性理學)의 원조이다.

어려서 고아였고, 처음 과거에 응시했을 때는
인습에 얽매이지 않은 문체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낙방했다.

그 후 25세에 진사에 급제, 여러 관직을 거쳐 이부시랑(吏部侍郞)까지 지냈다.
사후에 예부상서(禮部尙書)로 추증되었다. (768 - 824)


讀書城南
(성남으로 공부하러 가는 아들에게)

木之就規矩 나무가 각재나 원형이 되는 것은
在梓匠輪輿 목수에게 달려 있고
人之能爲人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由腹有詩書 머리에 시서(詩書)가 들어서이다.

詩書勤乃有 학문은 부지런하면 얻게 되고
不勤腹空虛 부지런하지 않으면 텅 비게 된다.

欲知學之力 학문의 힘을 알아보면,
賢愚同一初 어려서는 어진 자와 어리석은 자가 다르지 않다.

由其不能學 배우지 못한다면
所入遂異閭 마침내 들어가는 문이 다르기 때문이지, 예를 들면

兩家各生子 두 집에 각각 아들을 둔 경우에
提孩巧相如 안아주고 어를 때는 묘하게도 서로 같았고
少長聚嬉戱 좀 커서 함께 놀 때에도
不殊同隊魚 떼 지어 노는 물고기 무리 같이 같았다.

年至十二三 열 두 서너 살이 되면
頭角稍相疏 두각이 서로 달라지기 시작하고.
二十漸乖張 스무 살이 되면 점점 벌어져서
淸溝映汚渠 맑은 물에 비치고, 더러운 물에 비치는 것 같다

三十骨格成 삼십이면 골격이 다 이루어져서
乃一龍一猪 마침내 한명은 용이고, 다른 한명은 돼지다.

飛黃騰踏去 준마인 황비로 박차 오르며
不能顧蟾蜍 두꺼비 같은 둔한 말은 돌아도 안 본다.

一爲馬前卒 한 사람은 말 앞의 마부가 되어
鞭背生蟲저 등에 채찍 맞아 아물 날이 없고
一爲公與相 한 사람은 재상이 되어
潭潭府中居 크고 넓은 관청에서 일한다.

問之何因爾 왜 그럴까? 무슨 이유인가 ?
學與不學歟 배우고 배우지 않은 차이 때문이다.

金璧雖重寶 금과 구슬은 비록 귀중한 보배지만
費用難貯儲 써버리면 저축하기 어렵다.

學問藏之身 학문은 몸에 지니게 되니
身在則有餘 몸이 있는 한 남음이 있다.

君子與小人 군자와 소인의 구분은
不繫父母且 부모에게 달려 있는 것 아니니
不見公與相 귀한 벼슬에 있는 재상이,
起身自犁鋤 쟁기와 호미로 농사짓는 곳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는가?

不見三公後 삼공의 후손이라도,
寒饑出無驢 춥고 굶주려 외출 할 때 나귀도 없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文章豈不貴 문장이 어찌 귀하지 않은가?
經訓乃치여 경서의 가르침은 곧 전답과 같은 것이다.

潢潦無根源 물이 넘쳐나도, 장마 물은 근원이 없으니
朝滿夕已除 아침에 찼다가 저녁에 없어진다.

人不通古今 사람이 고금의 지식에 통달하지 못하면
馬牛而襟裾 마소에 옷을 입혀 놓은 것과 같다.

行身陷不義 일상생활에서도 불의에 빠지기 쉬운데
況望多名譽 하물며 명예가 많기를 바라겠는가?

時秋積雨霽 네가 떠나는 때는 가을이라 장마 비 개고
新凉入郊墟 새로 시원한 바람 교외에서 불어오니
燈火稍可親 등잔불을 점차 가까이 하고
簡編可卷舒 책을 열고 읽어볼 만하다.

豈不旦夕念 어찌 아침저녁으로 생각하지 않겠는가?
爲爾惜居諸 너 자신을 위해서 세월을 아까와 하여라.

恩義有相奪 은혜와 의리는 둘 다 지키기 어려워
作詩勸躊躇 내가 시를 지어 너의 망설임을 권면하노라


이 시는 한창려집(韓昌黎集) 6권에 실려 있다.
부(符)는 한유(韓愈)의 아들의 어릴 때 이름이다.
한유의 아들 부(符)가 성남(城南)으로 공부하러 갈 때
이 시를 지어 주면서 권면(勸勉)하기를,
‘배우면 군자(君子)가 되고 배우지 않으면 소인(小人)이 된다.‘ 하였다.




이 시 가운데
"新凉入郊墟 燈火稍可親"의
두 시구는 시원한 가을철이 독서하기 좋은 계절임을 강조하는 시구로
여기서 ’가을은 독서하기 좋은 계절’로
등화가친(燈火可親)이란 말이 시작되었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한 번쯤 들려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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