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한 교수가 말했다.
"이놈의 전화 버려야겠다.
열흘이지나도 벨소리 한 번 울리지 않으니..."
그냥 웃고 말았지만
지금 내 상황이 그렇다.
마누라는 커녕 자식들한테도 전화 한 통 없다.
울리는 벨소리는 아무 쓸데없는 광고선전이거나 카톡뿐이다.
하기야 친구들이 있어 카톡이라도 오는 것이니,
아예 고장난 것보다야 낫기는 하다.
이 친구에게 걸어 볼까, 저 친구에게 해 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별일도 없으면서 실없이 전화를 하기가 멋적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소식을 주고받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 저것 잴 필요없이 생각나면 전화할 수 있는 친구.
욕심인가?
유안진 시인의 지란지교가 부럽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은 친구가...
비록 관포지교, 문경지교까지 바라지는 않으나
저녁을 먹고 나서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실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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