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저녁.
저 언덕에 서 있는 것이 개인가 늑대인가?
양치기 소년은 불안하다.
지금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위한다고 떠벌리는 저 자는 늑대일까, 개일까?
'외로운 늑대'는
흔히 암살자를 일컫는다.
이처럼 늑대를 바라보는 인간의 감정은 썩 우호적이지 않다.
예전에는 늑대에 대한 인간의 감정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았다.
늑대에 대한 전설을 살펴보자.
터키에서는 회색 늑대를 상징으로 여기고
몽골에서는 푸른 늑대를 상징으로 여긴다.
몽골계 피를 가진 민족들은 푸른색을 선호한다.
카자흐,키르키즈는 투르크계지만 몽골피가 많이 섞여 있다.
고대의 오손, 돌궐, 고차, 철록, 회골, 후대의 위구르족, 카자흐족, 키르기스족 등
튀르크계 민족의 늑대 숭배는 오랜 세월 동안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그로부터 2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늑대는 여전히 그 후손들의 삶을 지켜주는 신성한 존재다.
몽골인들에게는 늑대 토템이 있다.
몽골인들의 늑대 토템은 몽골 체체를 렉 박물관 정원에 있는 석비(부구트비)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높이 2.45m의 석비는 582년에 세워진 것으로 고대 돌궐제국의 왕족이었던 마한 테긴(Mahan Tegin)의 기념비다.
비석의 머리부분에는 늑대가 어린아이에게 젖을 빨리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돌궐전'에는 부구트비에 새겨진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다음은 '돌궐전'의 내용이다.
"이웃 나라에 의해 부족이 전멸되고
10살 사내아이 혼자만 발이 잘린 채 풀밭에 버려진다.
늑대가 그 아이에게 고기를 먹여주며 보살폈고,
사내아이는 장성한 뒤 늑대와 교합해 늑대가 임신하게 된다.
적국의 왕은 그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사람을 보내 죽였다.
늑대 역시 죽임을 당할 위기에 몰리자 고창국 서북쪽에 있는 산으로 도망쳐
동굴에 숨어지내며 10명의 아이를 낳았다.
그들이 자라서 결혼해 자손을 낳고 각자 하나의 성씨를 이루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아사나'다"
'아사나'의 자손이 번성하면서 여러 세대가 지난 뒤 동굴에서 나와
알타이산(금산) 남쪽에 살면서 유연의 철공으로 일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책속에는 돌궐의 명칭에 대한 유래도 소개되어 있다.
"금산은 형태가 두무(兜䥐) 즉, 투구와 비슷해 그곳 사람들은 두무를 '돌궐'이라고 했다"고 한다.
늑대 후손인 '아사나'는 근본을 잊지 않음을 나타내기 위해 '낭두독(狼頭纛)'
즉, 늑대의 머리가 그려진 커다란 깃발을 군영에 세웠다고 한다.
아사나는 돌궐 지배층의 성씨로 '푸른 늑대의 눈'을 의미한다.
위구르족과 카자흐족은 늑대의 이빨과 뼈를 호신부로 삼아 몸에 지니고 다니며
사악한 것을 쫒아내고자 갓난아이의 요람에 그것을 걸어두기도 한다.
또한 키르기스족은 갓 태어난 아기를 박제한 늑대의 입에 넣었다 꺼내는데
여기에는 아이가 평생 늑대처럼 건강하고 용감하길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늑대 토템에 관한 또 다른 전설이 있다.
몽골고원 북쪽에서 살다 5세기 말에 알타이산맥 서쪽에 나라를 세운 '고차'는
흉노 선우의 딸이 늑대에게 시집 가서 생겨난 후손이라고 한다.
칭기스칸의 조상은 푸른 늑대와 아름다운 사슴 '아랑고아'
< 몽골비사>에는 칭기스칸 가계와 조상의 계보가 기록되어 있다.
하늘로부터 생명을 얻어 태어난 푸른 늑대는 아름다운 암 사슴 '고아 마랄(Goa Maral)'을
아내로 삼아 가정을 이뤘다.
이들은 바다 '텡기스'를 건너 오논 강 상류의 불칸산에 자리를 잡고 살면서 '바트차강'을 낳았다.
바트차강의 11대 후손 가운데 하나인 보돈 챠르(Bodon Char)가 칭기스칸의 선친이다.
몽골 제1의 성산인 불칸 칼돈산 앞자락에는 푸른늑대가 불칸칼돈산을 바라보며 울부짖는 사진이 있다.
불칸칼돈산은 칭기스칸 탄생과 관련이 깊은 산으로 칭기스칸은 푸른늑대의 후손이라는 전설이 내려온다.
몽골 성산 중 하나인 "수타이산"으로 가던 중 보았던 모습이다.
일행을 안내했던 몽골인의 설명에 의하면 타이어를 이렇게 세워놓으면
양을 잡아먹으러 내려왔던 늑대들이 인간이 세워둔 조형물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푸른 늑대와 흰사슴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몽골원류>의 기록,
몽골족의 영웅 장가르가 황야에 버려졌을 때 늑대가 젖을 먹여주었다는 전설 등은
몽골족의 늑대 토템신앙을 말해준다.
튀르크계 민족에게 늑대는 용맹의 상징이다.
카자흐족 영웅 '자니벡'은 카자흐 칸국의 기초를 닦은 인물인데
그가 용맹한 이유는 젊은 시절 황야에서 잠들었을 때 늑대가 그의 가슴을 뛰어넘어가
늑대의 신력을 얻은 덕분이라고 한다.
(출처 : 여수넷통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