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을 옮기면서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을 떼어낸다.
햇빛에 바랫는지, 전등불에 바랬는지 거의 푸른빛이 되어있었다.
새로 꾸민 방에 걸려해도 세월의 때가 묻어 어울리지도 않고, 걸고 싶은 생각도 없다.
비닐봉지에 둘둘 말아 헛간에 처박아 둔다.
이제 이 사진은 다시 세상에 나올 일이 없을 게다.
생각해 보니
조상님들의 유품이나 사진을 꺼내본 지가 언제였던고?
부모님 사진도 저 한켠에 밀어 넣고 쳐다도 안 보는데 ...
모두가 소용없는 일이다.
오늘도 많은 양의 짐보따리가 실려왔다.
하루종일 정리해도 끝나질 않는다.
생각 같아선 그냥 내다 버렸으면 좋겠다만, 그럴 수도 없고...
지난번엔 책자를 도서관에 기증하고 심지어 내다 버리기까지 했는데
이번에도 또 기증을 해야 될까 보다.
헌책을 누가 보겠냐마는 그래도 손때 묻은 애장서인데 버릴 수야 없지 않은가?
이걸 자식들에게 물려주면
괜히 쓸데없는 짐만 될 뿐이니 아예 내 손으로 치워야지.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야사가 된다는데,
내가 쓰던 물건이 역사가 될 리는 없고 그렇다고 야사가 될 리도 없을 터,
앞으로 시간 나는 대로 정리를 할 생각이다.
내려놓아라.
放下着(방하착)
이제 조금씩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