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지 않는 책인가, 팔리지 않는 책인가?
해마다 책을 출간했어도 한 권도 팔리지 않는다.
아니 팔려고 하지 않는다.
왜?
그냥 취미 삼아, 또는 삶의 기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간은 하되 팔지는 않기 때문이다.
솔직히 시중에 팔릴 만한 책도 안 된다.
이 소리, 저 소리, 온갖 街談巷說(가담항설)을 엮은 헷소리를 감히 어디에다 내놓겠는가?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러나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아무도 읽지 않고 구석에 쳐박아 두거나, 냄비받침으로 쓰고 있었다.
그 뒤부터는 한 번에 5권, 10권 이내로 인쇄한다. 인쇄인지 프린트인지도 모르겠다.
종이값이 아까운 게 아니라 나혼자만의 열정이 멋쩍은 것이다.
洛陽紙貴(낙양지귀)를 꿈속에서나마 보았으면 좋으련만
나에게는 말도 안 되는 고사에 불과할 뿐이다.
'돌지 않는 풍차'는 나름대로의 풍취라도 있지만,
'팔지 않는 책'은 그저 서재의 한구석만 차지하는 멋없는 장식에 불과하다.
그래도 계속 해야지.
할 일이 그것밖에 없으니...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