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면 해야 할 일이 있다.
그해에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하여 책자로 만드는 일이다.
수필형식의 자작 글도 있지만, 여기저기서 모셔온 글들이 대부분이다.
세상에는 각종 정보들로 넘쳐난다.
그 많은 글들 중에서 내게 위안을 주고 지식을 넓혀주는 글들도 많다.
이런 글들을 SNS에 저장해 두었다가 이렇게 책자로 엮어 보존하는 것이다.
해마다 이런 類의 책을 엮어온 지 10년이 넘었다.
해를 마감하면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의무감과 애착이 간다.
류시화 시인이 말했다.
“모든 작가는 이야기 전달자의 숙명을 짊어진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늘 새롭고 재미있고 깨달음과 의미가 담긴 이야기를 들려줘야만 하는,
그래서 독자가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 나면 그다음 이야기도 읽고 싶게
만들어야만 하는, 우리는 저마다 자기 생의 작가입니다.
우리의 생이 어떤 이야기를 써 나가고 있는지,
그 이야기들이 무슨 의미이며 그다음을 읽고 싶을 만큼 흥미진진한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우리 자신뿐입니다.”
이 말이 감히 내게 해당되랴 마는 그렇더라도
나름대로 내 생의 작가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무슨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 무슨 일을 할까? 소위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짜고 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첫 번째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봄부터 몸 관리를 열심히 하면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잘 될 거야!
2023. 12. .
順興齋에서
끝내며
지난 한해는 그야말로 多事多難했다.
3개월 가까이 되는 집수리, 이사, 학교 편입, 국내외 여행,
그리고 ‘노욕의 미학’에서와 같은 아쉬움에....
해마다 계속되는 일들이지만 올해가 특히 더 힘든 한해였다.
그러나 그렇게 지나간 일들을 이렇게 책자로 엮고 보니
그 또한 아름다운 추억의 한 장면이 되었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
남의 글을 인용하거나 옮겨오면서-물론 출처를 밝히고는 있지만
혹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북송(北宋) 때 시인 황정견(黃庭堅)의 無一字 無來處(무일자 무래처)
'한 글자 한 글자 출처가 없는 것이 없다'는 라는 말로 억지 위안을 삼는다.
아쉽고 안타까운 일들, 그리고 재미있고 유익했던 일들...
뭐니 뭐니 해도 아프지 않고 잘 버텨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2023. 12. .
周江